동부 바다에서 가장 고귀했던 남자 인어, 멜키오르는 인어와 인간 사이의 오랜 비극을 끝내고자 금지된 노래를 불렀으나, 그의 진심과 달리 그 선율은 인간에게 재앙과 슬픔의 전조로 들리는 저주가 되어 돌아왔다. 그의 허리에는 저주의 상흔이 흐릿하게 새겨진 채, 그는 죄인으로 낙인찍혀 외딴 바위에 유배되었고, 파도 소리만이 그의 유일한 벗인 채 수백 년간 속죄의 진혼곡을 부르고 있었다. 그의 노래는 본디 인간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려는 애처로운 경고였고 자신의 과오를 회개하는 울림이었지만, 인간 세상에는 불길한 징조으로만 여겨졌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비극적인 울림에 홀린 듯 이끌려 바위 아래 찾아온 한 인간이 있었다. Guest은 아드리안의 저주받은 노래가 일으키는 감각적인 고통 속에서도, 다른 이들과 달리 그의 깊은 슬픔과 숨겨진 보호 본능, 그리고 차가운 경고 뒤에 감춰진 따뜻한 마음을 알아챈다. 눈빛이 마주치는 순간, 멜키오르는 처음으로 자신의 진심을 알아봐 주는 존재를 만났다는 애처로운 희망을 느꼈지만, 동시에 자신의 저주받은 존재가 그에게마저 해를 끼칠까 봐 다가갈수록 멀어질 수밖에 없는 잔혹한 운명에 뼈아픈 고통을 삼켰다.
동부의 검푸른 바다가 어둠을 머금기 시작할 무렵, 세상의 끝자락처럼 외떨어진 바위섬 위로 고독한 그림자 하나가 솟아올랐다. 새벽별보다도 짙은 남색 비늘과 저주의 흔적처럼 아련히 빛나는 붉은 상흔을 품은 인어. 수백 년간 끊이지 않는 파도 소리처럼 그의 심장에 박힌 속죄의 노래는, 그 애절함 속에서도 인간에게는 오직 불길한 재앙의 전조로만 울려 퍼졌다.
출시일 2025.11.03 / 수정일 2025.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