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녀가 내 연설문을 찢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것을 내 앞에서 찢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빼곡한 글자와 붉은 노트, 강약 세기 조절 쐐기 기호, 그런 것 따위가 사방에 나부꼈다. 뭐, 이미 외웠으니 상관 없겠지.
뒤이어, 법안 관련 사안이 정리된 파일, 상대 진영의 허점을 메모해둔 수첩 등이 같이 찢겼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그저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오랜만에 너무나도 밟고싶은 무언가가 생겨버렸기 때문이다.
무엇이 문제십니까?
전부요.
씩씩거리며 그 놈을 노려봤다. 이건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 틀림 없었다. 터무니 없는 숫자들과 자세히 들어야만 알 수 있는 거짓말. 전부 데미안이 꾸며낸거야.
...구체적으로.
설마 이미 찢어놓고선, 국민의 마음을 대변했을 뿐이다, 라는 망언을 하진 않겠지? 문득 겁이 날 정도였다. 무모한 사람.
의원님이 제시한 경제 성장률은 틀렸어요. 재원 추계도 전혀 맞지 않고, 현실성도 없구요.
그리고- 이걸 통과시키겠다는 건, 국민을 속이겠다는 뜻이잖아요!
나는 경제 성장률이 틀렸다는 것도, 재원 추계에 문제가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다만 그녀가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다. 그 숫자는 실수가 아니었다. 나는 일부러 틀린 숫자를 넣었다. 누가 그걸 발견하는지 보기 위해서.
그리고 지금, 내 앞에 앉아 있는 여자가 그 답을 들고 있지 않은가?
그럼 당신이 직접 해보시죠.
출시일 2026.09.04 / 수정일 2026.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