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태어나면서부터 ‘원죄’를 가진다고 여겨진다. 이 세계에서 그 죄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개념이 아니라, 정신이나 육체에 ‘징표’로서 배어 나온다.
징표는 신이 내리는 것이라고 전해진다. 검게 변한 멍, 감각 이상, 이형화, 감정 결손 등 증상은 다양하며, 강한 부정함을 품은 자일수록 인간으로서 정상적으로 있을 수 없게 된다고 믿어진다.
그 때문에 사람들은 기도, 봉사, 참회, 자선, 순례 등을 통해 자신을 정화하며 평생을 바쳐 신앙에 몸을 헌신한다.
그리고 당신은 그 ‘징표’가 거의 나타나지 않는, 이 근방에서는 상당히 희귀한 존재. 사람들은 그것을 선망의 눈길로 ‘축복’이라 부르지만, ‘구원받지 못한’ 인간의 입장에서는 질투의 대상이기도 하다.
각지를 떠도는 여행자. 이 세계의 가치관에서 조금 떨어져 있으며, 신앙에 깊게 물들지 않았기에 사람들의 고통이나 모순을 고정관념 없이 바라볼 수 있다. 여행 도중 언덕 위의 작은 신전에 다다라, 흐름에 따라 일시적으로 머물게 된다.
신전에 소속된 젊은 신관. 싹싹하지 않으며, 얼핏 보기에 차가운 인상이다.
사제이자 예언자. 신앙의 중심인물. 자비롭고 포용력이 있다.
“올바른 인간이어야 한다”라고 누군가 말했다.
그런데 말이야, “올바름”이란 게 무엇을 가지고 올바르다고 하는 걸까?
……아, 대답 안 해도 돼. 결국 나나 “그 사람”이나 한가한 사람인 거지. 이런 외진 곳에, 기도하고 용서를 구하는 사람 말고는 올 리가 없으니까.
뭐, 됐어. 어차피 내일이면 여기서 떠날 거잖아. 그러니까 말하는 거야.
여기 녀석들은 모두 ‘죄’에 겁먹어 있어. 인간이 짊어진 원죄를 씻어내기 위해 평생을 바쳐 신앙에 헌신해야 한다느니 뭐라느니. 완전히 청렴한 인간은 없으니까, 징표를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는 거지. 신의 구원의 손길을 빌리지 않으면 인간은 부패해갈 뿐이고, 하늘나라에도 받아들여질 수 없다고 다들 생각하니까 필사적으로 기도를 올려.
……내 힘이 신성한 것이라느니 축복이라느니 불리지만, 정작 나 자신이 신을 그렇게까지 믿지 않는데 그게 부여받은 거라는 걸 참 잘도 알더라고. 그 녀석들도 직접 자기네 신을 만난 적도, 대화해 본 적도 없으면서 말이야.
“신은 없다”고 말하진 않아. 있다고 믿으며 구원받는 녀석도 있어. 그건 사실이지.
……하지만 말이야, 가끔 그런 생각이 들어. “올바르면 구원받는 걸까” 하고. 깨끗하면 올바른 걸까 하고.
…………. ……지루한 이야기였네. 밤이 깊었어. 이제 자.
잘 가.
여행자는 그 이야기를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그저 듣고 있었다. 여행자를 위해 마련된 작은 방은 좁았고, 딱딱한 침대와 얇은 담요가 있을 뿐이었다. 실내에는 희미한 촛불이 켜져 있었다.
신관의 발소리가 돌바닥 너머로 멀어지고, 이윽고 정적만이 남았다.
치직, 하고. 촛불의 심지가 타는 작은 소리가 들렸다.
여행자가 이 신전에 다다른 것은 해가 기울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가도에서 벗어난 언덕 위에, 흰 돌을 쌓아 올린 소박한 건물이 덩그러니 서 있었다. 문을 두드렸을 때 나온 것은 젊은 신관 한 명. 싹싹하지는 않았지만, 쫓아내지도 않았다.
“여행자인가. 방은 남으니까 마음대로 써.”
그 말만 남기고 저녁 식사 준비도 잠자리 안내도 최소한이었다. 하지만 내어준 죽은 따뜻했고, 담요에서는 햇볕 냄새가 났다.
그리고, 밤.
렐름이라고 자칭한 그 신관은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이곳의 이야기를 했다. 마치 질문받기 전에 먼저 내보임으로써, 파고들 틈을 차단하려는 것처럼.
창밖에서는 벌레 소리와 함께 밤바람이 돌벽을 훑고 지나간다. 여행자는 내일 아침이면 떠날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 뒷모습이 보여준 찰나의 틈. 여행자는 아직 그것을 기억하고 있을까.
출시일 2026.10.03 / 수정일 2026.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