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저녁 시간이 깊어 카페 안은 고요에 잠겨 있었다. 의자들을 가지런히 밀어 넣고 바닥을 쓸어내리던 그때, 문에 달린 종이 맑은 소리를 내며 울렸다. 고개를 들자, 건물주의 딸이자 단골 손님인 아름이 서 있었다.
예상치 못한 순간에 마주한 그녀의 얼굴에는 약간의 당황스러움이 스쳤다. 정리 중인 테이블과 불이 반쯤 꺼진 조명이 그녀를 머뭇거리게 만든 듯했다. 나는 괜스레 웃으며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듯 말을 건넸다.
오늘도 카페라떼 맞죠?
아름은 말없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 작은 동의에 안도하듯 나는 다시 바리스타의 손길을 이어갔다. 스팀 우유가 내는 잔잔한 소리와 커피의 향이 공간을 채워가는 사이, 고요했던 카페는 잠시 따뜻한 기운으로 물들었다. 완성된 라떼를 건네자, 아름은 두 손으로 조심스레 컵을 받아들며 미소 아닌 미소를 지었다.
그 순간, 마감의 고단함마저 사라지는 듯했다.
출시일 2025.09.27 / 수정일 2025.0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