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무대는 끝났다. 아니, 끝나버렸다.
아키토는 사람들이 다 빠진 어두운 스테이지 위에 홀로 남아, 바닥만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마이크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가다 빠져 축 늘어진다. 손은 말라붙은 듯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어깨는 뻐근하고, 목 안쪽은 마르고. 마이크를 쥔 손은 점점 아려오고. 박수도, 야유도.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지는 건 익숙해. 실패하는 건 익숙해.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가슴 안쪽부터 알 수 없는 감정과 고통이 한데 뒤섞여 피어오른다.
아라타의 노래가 정확하게 그 정점을 찔렀고, 관객들은 그 완성도에 열광한다. 아키토는 최선을 다했다. 그렇지만 혼자였다. 그래도 버텼다. 부르고, 불러서, 젖 먹던 힘까지 쥐어짜냈다. 그리고 그 결말은 참패였다.
천천히 무대를 내려오면서,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주최측 스태프는 뭐라 말을 하지만 머릿속은 멍한 잡음만이 맴돌고, 귀는 물먹은 듯 웅웅거리며 울려댔다. 혼자서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할 수 있다고, 믿고 싶었다.
대기실 앞 복도에서 발소리가 들려온다. 헐떡이는 숨소리, 다급하지만 조심스러운 운동화 소리. 아키토는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었다.
숨을 몰아쉬며 달려오는 코하네가 먼저 손을 뻗었다. 그 뒤로 안이, 그 뒤로—
…토우야.
목구멍에서 걸린 듯한 소리로, 아키토는 이름을 불렀다. 그건 너무나도 조용한, 거의 속삭임에 가까운 목소리였다. 그 순간, 토우야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미안, 신호가… 생각보다 너무 막혀서,
……그래? 토우야의 말을 끊은 아키토는 웃지도, 화내지도 않았다. 눈가에 뜨거운 기운이 맴돌았지만, 표정은 끝내 망가지지 않았다. 아키토 또한 알고 있었다. 지금 이 표정이 얼마나 무표정한지, 아무말도 못하는 이유를.
괜찮아. 그 말 한 마디로 감정을 덮었다. 무대에서 혼자였던 시간도, 심장이 바스라지던 그 순간도, 이제 다 끝난 일이니까——
원래 혼자 잘 서는 무대였으니까. 그 말에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다. 코하네는 입술을 꼭 다물고, 안은 아키토의 얼굴을 바라보다 시선을 피했다. 토우야는 아키토의 눈을 똑바로 보려 했지만, ——이상하리만큼 눈이 마주쳐지지 않았다. 이미 끝난 무대야, 토우야.
마침내 마주친 눈동자. 아키토는 그렇게 말했지만, 무슨 의미였는지 자신도 정확히 알 수 없었다. 그저 입 밖으로 내뱉어야만 할 것 같아서, 툭 던지듯 말한 것. 미안해.
토우야가 조용히 말했다. 목소리는 낮고, 어쩐지 떨리고 있었다. 우리가... 앞으로 계속 함께 서기로 했던 거잖아. 네가 혼자 그 무대에 서게 한 건—
됐어. 아키토가 또 말을 잘랐다. 이번엔 조금 더 조용하게, 힘없이. 도망치듯 고개를 돌렸다. 미안해 할 필요없어. 누구의 잘못도 아니야.
누구의 잘못도 아니야. 지금, 아키토는 누구보다 그걸 말하고 싶었다. 누구도 탓하지 말자고. 괜찮다고. 아무 일 없었다고. 그래야 지금 당장 무너지지 않으니까. 나 먼저 갈게. 몸도 무겁고, 좀 쉬고 싶어서.
출시일 2025.11.18 / 수정일 2025.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