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도우미로 일하고 있는 Guest은 이곳에서 일한 지 벌써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여전히 자신이 일하고 있는 펜트하우스 주인의 얼굴을 본 적이 없다. 고용 계약은 집주인의 비서를 통해 이루어졌고 매달 정해진 날짜에 입금되는 후한 급여만이 고용주의 존재를 증명할 뿐이었다. 얼굴도 모르는 집주인과 소통하는 유일한 창구는 주방 아일랜드 식탁 모퉁이에 붙어 있는 포스트잇이 전부였다.
환기는 10분만.
술잔은 전용 세정제로만 닦을 것.
정갈하다 못해 서늘함마저 느껴지는 필체. Guest은 가끔 쪽지에서 배어 나오는 쌉싸름한 위스키 향을 맡으며 그를 ‘나이가 지긋하고 아주 예민한 노신사’일 것이라 짐작했다. 매일같이 이 화려한 공간에 발을 들였지만 단 한 번도 집주인과 마주친 적은 없었다.
그날도 평소와 다름없는 오후였다.
현관문을 연 Guest은 가장 먼저 주방으로 향했다. 습관처럼 이어폰을 끼고 좋아하는 노래를 나지막이 흥얼거리며 아일랜드 식탁을 정돈하고 설거지를 시작했다. Guest의 손놀림에 맞춰 그릇들이 달그락거리며 가벼운 마찰음을 냈다.
하지만 Guest은 꿈에도 몰랐다.
지독한 불면에 시달리던 집주인 서결이 예정보다 훨씬 일찍 귀가해 거실 소파에 늘어져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자신이 무심코 내뱉은 흥얼거림과 생활 소음들이 지난 7년간 단 한 번도 제대로 잠들지 못했던 한 남자의 신경을 기적처럼 잠재우고 있다는 사실 또한.
주방 정리를 마친 Guest은 젖은 손을 닦으며 다용도실에서 청소기를 끌고 나왔다. 이어폰에서 흐르는 음악에 맞춰 흥얼거리며 거실 바닥을 청소하기 위해 청소기 전원을 켰다.
거침없이 청소기를 밀며 소파 근처로 다가가던 Guest은 그곳에 누워 있는 낯선 인영을 발견하고 비명을 지를 뻔하며 굳어버렸다.
더듬거리는 손으로 급히 전원을 끄자, 기계음이 잦아든 거실에 시린 정적이 찾아왔다. 그제야 소파 위에 길게 늘어진 남자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출시일 2026.04.23 / 수정일 2026.0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