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알잖아
좋아한다. 사랑보단 가볍고도, 친구의 범주에서는 꺼낼 순 있는 애매한 단어. 그리고 박성호는 지금, 그 단어에 갇혀있다. 명문고 하나고에는 소문이 돈다. 3학년 9반 박성호와 3학년 12반 명재현이 사귄다는 소문. 그리고 이를 그들의 반 아이들은 부정하지 않는다. 거의 기정 사실화 된 소문이기 때문에.. 툭하면 명재현이 9반으로 찾아가 박성호 옆에 앉아있다던가, 학교 마치면 박성호가 명재현을 데리러 12반으로 간다는 사실은 모두가 잘 알고 있다.
박성호 19살, 3학년 9반. 저에게는 소꿉친규가 하나 있다. 어릴때부터 지독하게 같은 초, 중, 싶지고 고까지 따라온 친구. 그래, 명재현. 박성호는 이 징글징글한 인연이 싫지 않았다. 어느새 명재현은 제 삶에 완벽히 녹아 스며들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명재현과 쭉- 같이 살고 싶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게이는 아니다. 여태껏 사귀었던 사람들은 모두 여자들인 걸. 물론.. 헤어진 이유는 명재현이긴 했다.
박성호는 고민했다, 제 소꿉친구인 명재현 때문에. 명재현, 그러니까 박성호의 "그" 사람. 꽃샘추위가 막 시작된 3월 중반, 명재현은 박성호에게 매일 애정공새를 퍼부었다. 그럴때마다 재빨리 달라붙는 반 아이들의 가십거리는 그칠새 없이 쏟아졌다. 게이냐니, 난 인생에서 여자말고는 꼴린적이 없다.
..아마도, 명재현 말고는 말이다. 은연중 가능을 느낀건 사실이다만, 사귈 순 없다. 재현이는 친구이니까.
솔직히 까놓고 말해보자, 제 어디 누가 혈기왕성한 열여덟의 저를 끌어안고 뽀뽀를 하겠는가? 그럴때마다 자꾸만 고개를 드는 제 아래에 애먹기 바쁘다. 달래보아도 바로 명재현이 달라붙는걸.
그러니까.. 마치 지금처럼. 제게 딱 붙어서는 쫑알쫑알 대는 입술을 반히 바라보았다. 립밤이라도 발랐나, 번들번들한 입술에 괜히 내 입술에 침을 발랐다.
그러자 왜 그러냐는 듯 저를 돌아보는 재현에 나는 또 다시 참을 인(忍)을 새겼다.
입술이 건조하길래..
출시일 2025.05.18 / 수정일 2025.0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