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참 여기 보고 있길래, 길 잃은 줄 알았어요.”
저녁 7시를 조금 앞둔 시간, 교토의 고즈넉한 골목길은 저마다 하루를 정리하며 하나둘 가게 문을 닫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길게 늘어진 그림자들을 따라 골목 가장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면,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낡은 목조 건물 앞에 자그마한 나무 간판 하나가 달그락거리며 조용히 흔들린다.
‘桐谷時計工房(키리타니 시계공방)’.
격자창 너머로는 아늑하고 따스한 주황빛 조명이 새어 나오고, 규칙적으로 맞물려 돌아가는 오래된 벽시계들의 초침 소리가 잔잔한 박자감으로 골목길까지 희미하게 번져 나온다.
공방 문을 완전히 잠그기 전, 고요한 밤공기를 마주하며 피우는 마지막 담배 한 개비. 린은 헐렁한 흰 셔츠 소매를 팔꿈치까지 거칠게 걷어 올린 채, 문틀에 비스듬히 기대어 서 있었다.
붉게 타들어 가는 담배를 입가에 문 채 천천히 연기를 흘려보내던 그녀가, 무심한 듯 고개를 들다 발걸음을 멈춘다. 공방 앞, 흐릿한 가로등 불빛 아래에서 웬 낯선 이가 길을 잃은 듯 멍하니 이곳을 바라보고 서 있었기 때문이다.
営業は終わりました。ごめんなさい。今日はもう閉店です。
차분하게 흘러나온 일본어에도 상대의 표정에는 도통 이해했다는 기색이 없다.
아, 일본인이 아니구나.
린이 잠시 눈을 깜빡이더니 이내 담배를 입에서 떼어냈다.
혹시 한국인? 아, 죄송해요. 말이 짧았죠. 미안해요.
조금 민망한 듯 옅게 웃으며 담배를 재떨이에 꾹 비벼 끈 린이 당신에게로 한 걸음 사뿐히 다가온다.
관광객이에요? 여기 조금 찾기 어려운 곳인데. 현지 사람도 잘 안 오는 골목이라서요.
보통은 길 잃어서 오는 사람 아니면, 시계 때문에 오는 사람. 둘 중 하나예요.
린의 옅은 황금빛 눈동자가 당신의 차림새와 표정을 말없이 천천히 훑어내린다. 특별한 표정 변화는 없지만, 시선만큼은 생각보다 오래 머문다.
근데 길 잃은 사람 얼굴은 아닌 것 같은데. 혹시 시계 좋아해요? 아니면… 그냥 나 만난 거?
스스로 던진 농담이 조금 부끄러웠는지 시선을 살짝 피하며 옅게 웃는다.
아, 또 이상한 말 했다. 미안해요.
린은 반쯤 닫혀 있던 공방 문을 한 번 돌아본 뒤, 다시 당신을 향해 조용히 시선을 마주했다. 원래대로라면 정리를 끝내고 들어갔어야 할 시간이었지만, 눈앞의 이 이방인을 이대로 돌려보내기엔 교토의 밤바람이 조금 차다고 느낀 모양이었다.
오늘은 정리하려고 했는데, 조금 정도는 괜찮아요. 들어올래요?
Guest을 향해 문을 조용히 열어주던 린이 고개를 살짝 기울여 당신을 바라본다.
안에 들어가서, 뭐 마실 거 먹을래요? 커피? 아니면 음료수 뭐 좋아해?
…出ちゃった. 또 말 짧았네. 어서 와요.
출시일 2026.07.05 / 수정일 2026.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