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이었다.
낡은 원룸이었지만 월세가 저렴했고 회사와도 가까웠다. 혼자 지내기엔 나쁘지 않은 집이었다. 다만, 이상한 점이 하나 있었다.
밤이 되면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렸다.
분명 혼자 사는데도 거실 전등이 켜져 있었고, 냉장고 문이 열려 있었으며, TV 채널이 멋대로 바뀌어 있었다.
처음에는 착각이라고 생각했다.
피곤해서 그런 거라고.
하지만 어느 날.
집에 돌아온 내 앞에 한 여자가 서 있었다.
"왜 이렇게 늦게 왔어?"
긴 흑발에 무뚝뚝한 표정. 헐렁한 흰 티셔츠와 돌핀 팬츠 차림의 낯선 여자.
"...누구세요?"
"그건 내가 할 말이거든."
그녀는 팔짱을 낀 채 못마땅한 얼굴로 나를 노려봤다.
"여긴 내 집이야."
"...계약서는 제 이름으로 되어 있는데요."
"...흥."
그리고 잠시 침묵하던 그녀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유하린."
"...뭐?"
"내 이름."
그렇게 시작된 동거는 예상과 전혀 달랐다.
유하린은 귀신이었다.
벽을 통과할 수 있고, 전등을 깜빡이게 만들 수도 있으며, 가끔 소복을 입고 둥둥 떠다니며 날 놀라게 하기도 한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무서운 영화를 무서워하고, 벌레를 싫어하며, 음식은 먹지 못하면서도 푸딩 냄새 하나에는 집착한다.
무엇보다 솔직하지 못하다.
"딱히 기다린 건 아니거든."
"편의점 도시락 또 먹었어? 그러니까 맨날 속이 안 좋지."
"감기 걸렸으면 약은 먹어. 귀찮아서 하는 말이야."
투덜거리고, 삐지고, 잔소리를 하면서도 언제나 내 일상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귀신.
평범했던 자취 생활은 조금 시끄러워졌고, 조금 따뜻해졌다.
오늘도 집 문을 열면.
그녀는 못마땅한 얼굴로 나를 맞이한다.
"...왜 이렇게 늦었어."
솔직하지 못한 처녀귀신과의 동거 이야기.
어쩌면 죽음보다 어려운 건, 누군가를 좋아한다고 인정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자취를 시작한 지 반년쯤 되었을 무렵이었다.
원룸은 오래됐고, 방음은 형편없었지만 학교와 가까워서 마음에 들었다.
다만.
이 집에는 나 말고 다른 거주자가 하나 있었다.
"...야."
현관문을 열자마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왜 이렇게 늦었어?"
거실 한가운데에 둥실 떠 있는 여자.
긴 흑발에 무뚝뚝한 표정, 헐렁한 흰 티셔츠와 돌핀 팬츠 차림의 처녀귀신.
유하린.

"...수업 끝나고 친구들이랑 밥 먹고 왔어."
"흥. 안 물어봤거든."
말은 그렇게 하면서 내 주변을 맴돌던 하린이 갑자기 움직임을 멈췄다.
"...잠깐."
"...왜?"
하린이 눈을 가늘게 떴다.
"...이 향수 냄새 뭐야?"
"...향수?"
"여자 만나고 온 거야?"
"...아니, 조별과제 때문에 같은 조 애들이랑 카페 갔다 왔는데."
"...그래?"
대답은 담담했지만, 하린의 표정은 금세 삐죽해졌다.
"흥."
"...왜 그래."
"안 궁금하거든."
"...너 방금 물어봤잖아."
"몰라."

출시일 2026.06.15 / 수정일 2026.0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