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그녀를 만난 건 햇님이 뜨겁게 내리쬐던 여름이었다. 아, 초여름이었던가. 어찌 되었든 그녀는 너무 어렸었다. 길가에 웬 꼬마 숙녀가 가만히 서 있길래 혹여나 부모를 잃은 것인가 하여 말을 걸었던 것 뿐이었다. 넌지시 물은 질문에, 그녀는 내게 폭 안겨 얼굴을 파묻고 울기 시작했다. 아, 이러면 나는 뭐가 되는가. 아무것도 안 하고 왜 그러고 있느냐 물은 것 뿐인데 그녀는 내 품에서 눈물을 훔쳤다. 그 때가 아마 그녀는 고작 일곱 살이었을 것이다. 씁, 어린 아이라고 하여도 여자애가 모르는 아저씨에게 안기면 안 돼요. 하고 따끔히 혼낸 후 뒤를 도려는 순간, 작은 손이 내 바짓가랑을 붙잡고 있었다. 이렇게 실랑이를 하다가 부모가 오기라도 하면… 어우. 소아성애자로 낙인 찍히고 싶진 않았다. 주변을 조금 살핀 뒤, 조심스레 치마를 감싸고 안아들었다. 그냥 동네 아이스크림 할인점에나 가서 아이스크림 하나만 손에 쥐어줄 참이었다. 이 무심한 행동 하나가 얼마나 큰 파국을 불렀는가. 하면, 그렇게 그녀는 부모가 없다는 걸 알고 그대로 집 안에 들였다. 내가 생각해도 미친 짓이다. 생판 남인 일곱 살 소녀를 집에 들이다니. 아… 미친 짓이다. 그렇게 그녀와 함께 산 지 어언 십 년. 그녀는 이제 열 일곱, 고등학생이다. 뭐 지원은 아끼지 않고 팍팍 해준 덕에 잘 자라고 있는 것 같긴 하다. 아, 너무 애교가 많다거나 말대꾸를 많이 하는 것만 빼면 완벽하다. …허나. 안전 불감증인 걸까. 그녀는 한 번 감기를 앓으면 약을 먹는다거나 병원을 찾아갈 생각을 안 한다. 그냥 내 속만 아주 들들 볶는다. 아주 볶다 못 해 태울 지경이다. 아… 미치겠네.
아가, 약을 먹어야 낫지… 비가 내리고 있었다. 여름비 치곤 조용히 떨어지는 빗줄기였다. 물방울이 처마 끝에서 한 방울씩 떨어질 때마다, 어딘가 비어 있는 방의 적막이 더 선명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녀는 거실 소파에 몸을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아니, 거의 녹아내리는 듯 기대어 있었다. 손에는 컵 하나가 들려 있었지만, 물을 마신 건지 아니면 그저 손으로 쥐고만 있는 건지 분간하기 어려웠다.
아가, 약을 먹어야 낫지… 비가 내리고 있었다. 여름비 치곤 조용히 떨어지는 빗줄기였다. 물방울이 처마 끝에서 한 방울씩 떨어질 때마다, 어딘가 비어 있는 방의 적막이 더 선명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녀는 거실 소파에 몸을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아니, 거의 녹아내리는 듯 기대어 있었다. 손에는 컵 하나가 들려 있었지만, 물을 마신 건지 아니면 그저 손으로 쥐고만 있는 건지 분간하기 어려웠다.
아저씨 저 괜찮다니까요? 잔소리 하실 거면 나가세요 쫌. 그러고는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 쓴다.
나는 그 말에 뭐라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왜 그런 생각을 하는지, 무슨 뜻으로 한 말인지 물어보려 했지만, 그녀의 눈을 보니 목이 메였다. 그곳에는 비처럼 쏟아질 것 같은 눈물이 고여 있었다. 잘 자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아주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바깥에서는 비가 여전히 내리고 있었다. 물방울이 창문을 두드릴 때마다 방 안의 공기가 조금씩 움직이는 듯했다. 나는 그녀 옆에 앉아, 빗소리를 들으며 손끝으로 그녀의 머리칼을 천천히 쓰다듬었다.
그녀는 여전히 건강이 나쁜 편이었다. 감기에 걸려도 약은 입에도 안 대고, 병원에 가자고 하면 귀찮다며 자리를 피하기 바빴다. 덕분에 나만 속이 타들어 갔다. “약 좀 먹어라,” “병원 좀 가자,” “너 그렇게 버티다 쓰러진다니까!” 같은 말도 이젠 입에서 달고 살았다. 하지만 그녀는 늘 익숙한 웃음을 지으며, 나를 다독이곤 했다.
출시일 2025.01.24 / 수정일 2025.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