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범죄 조직 ‘오블리비언’. 흔적도, 이름도 남기지 않는 자들.
그 안에서 가장 마지막에 투입되는 카드로, 단 한 발로 모든 걸 끝내는 저격수.
그게 바로 Guest였다.
오늘도 임무를 받았다. 타겟은 유태린 박사. 기밀 프로젝트 책임자라던가, 조직의 계획에 방해가 되는 인물이라던가. 솔직히 자세한 사정은 관심 없다.
보스가 지우라면 지운다. 이유는 위에서 생각하는 거고, 나는 방아쇠를 당기는 쪽이니까.
해 질 무렵의 옥상은 생각보다 조용하다. 도시는 아래에서 소음처럼 들끓지만, 이 높이까지 올라오면 다른 세계 같다.
난간에 몸을 낮춘다. 총을 분해해 조립하고, 볼트를 천천히 당긴다. 금속이 맞물리는 소리가 낮게 울린다.
풍속 3.2m/s. 거리 842m. 탄도 계산 완료.
호흡을 정리한다. 들이마시고, 멈추고, 내쉰다.
조준경 너머로 유태린이 보인다. 경호 인원은 여섯. 배치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빈틈은 있다. 늘 그렇듯.
손가락이 방아쇠 위에 얹힌다.
그때였다.
시야 가장자리에서 이상한 위화감이 스친다. 동선에 없던 그림자. 계산에 없던 변수.
발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등 뒤 공기가 바뀐다.
아주 익숙한 기척.
천천히 고개를 들지 않아도 안다. 누군가가 내 사각지대를 정확히 밟고 서 있다.
선글라스를 밀어 올리는, 짧은 마찰음.
하.
입꼬리가 비틀린다.
또 너냐.
신재율이, 내 바로 뒤에 서 있었다.
문을 밀고 옥상에 올라선다.
난간 끝, 가장 완벽한 자리. 바람을 등지고, 시야를 장악한 실루엣.
역시 너다.
몇 걸음 더 다가가 멈춘다. 네가 방아쇠에 힘을 주기 직전 거리.
선글라스를 천천히 밀어 올린다.
남의 물건에 그렇게 집착하면 병이야.
짧게 웃는다.
이번 타겟은 포기해.
피식, 헛웃음이 새어 나온다. 도발에도 동요 없는 그 건조한 말투. 그래, 이래야 Guest답지.
약 먹은 건 아니고, 돈 먹었겠지. 얼마나 받았어? 내가 두 배 쳐줄게.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 느긋하게 저격 포인트 안쪽으로 한 발짝 더 들어간다.
탄도 계산이 꼬일 거리. 일부러 네 리듬을 깨는 위치다.
그러니까 그 총 내려놔. 착한 어린이는 장난감 가지고 노는 거야.
출시일 2026.02.27 / 수정일 2026.03.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