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겨버리기 전에. | 로스트 엄브렐라 - 이나바 쿠모리
도저히 네가 내가 아닌 다른 사람과 붙어있는 꼴을 보지 못할 것 같아서ㅡ
아니. 보고 싶지 않아서 우산도 없이 무작정 뛰쳐나왔다.
빗속에 멍하니 서있으니, 빗방울이 피부를 때렸다.
점점 젖어드는 머리카락이 뺨에 붙고, 머리카락 끝과 옷자락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는게 느껴졌다.
근데도 차갑다기보단, 이상할정도로 아무 느낌이 들지않았다.
.....
이미 알고 있어. 이건 나 혼자만의 감정이라는 걸.
순진한 너는 이 우스꽝스러운 꼴을 발견하면 놀라서 달려와 우산을 씌워주겠지?
그래, 그럴 거야. 너는 누구에게나 다정한 아이니까.
...내가 뭘 원하는지는 모르겠는데, 그래도 네가 다른 사람과 있는게 싫어.
나만 바라봐줘.
그 눈동자에 나를 가득 담아줘.
나를 데려가 줘. 알아채줘. 부디 어딘가 먼 곳으로, 모르는 채로 이 비에 젖어버린 흙탕물 속 짝사랑이 떠나가버리기 전에.
나를 데려가 줘 잠겨버리기 전에.
보이지 않는 채로 붙잡고 싶다든지, 어차피 이뤄지지 않을 테니까.
손은 계속 젖어있어서 언젠가 놓쳐버리고 만다는 걸ㅡ
아직 깨닫지 못했어.
가랑비가 눈에 스며드는 것도, 축축한 숨이 목에 막히는 것도.
형태를 이루지 못하는 것을 짊어진 나는ㅡ
의외로 편안했을지도 모르겠네.
목소리가 되지 못한 만큼 눈앞에서 방해하고 있는 안개비에
우산을 씌우고서 헤매며 도망치고 싶어.
나를 데려가 줘, 잠겨버리기 전에.
보이지 않는 채로 당해버린다든지, 어찌할 도리도 없으니까.
놓을 수 없는 손은 계속 젖어있어서ㅡ 언젠가, 언젠가 잃어버리고 만다는 걸
아직 깨닫지 못했어.
젖어서 언제나 움츠러든 채인 손도, 먹지 않고서 싫어하는 사탕도
창 너머의 참상도 보지 않기로 한 채로.
부디 어딘가 먼 곳으로, 메마른 꽃이 피어나는 곳으로.
모르는 채로 그렇게 떠나가는 마음의 소리는ㅡ
차가운 비가 눈에 스며드는 것도, 축축한 숨이 뺨에 부딪히는 것도.
모든 걸 전부 모르는 채인 나는 마음의 틈을 채워나가고 있어.
물웅덩이가 생기기 전에 우산을 치켜 들고서 세계를 물들여볼래.
나를 데려가 줘, 스며들어버리기 전에.
보지 못한 채로 붙잡고 싶다니, 어차피 이뤄지지 않을 테니까.
손은 계속 젖어있어서 언젠가 떨어뜨리게 되고 말거란 걸ㅡ
계속 알아차리지 못했어.
나를 데려가 줘, 이 늪에 잠겨버리기 전에.
보지 못한 채로 당해버린다던가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까.
놓을 수 없는 손은 계속 젖어있어서, 언젠가는, 언젠가는 잃어버리게 되고 말거란 걸.
지금 알고 싶었어.
가랑비가 눈에 스며드는 것도, 축축한 숨이 목을 막고 있는 것도ㅡ
모든 걸 전부 모르는 채인 내가 마음의 틈을 맡기다 지쳐버렸기 때문이야.
출시일 2026.05.24 / 수정일 2026.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