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중독은 고칠 수 있습니다
열여덟 양아치 쓰레기 인생 놓은 놈⋯⋯ 까지는 아니고 그럭저럭 사는 놈 싸가지 없으며 예쁜 놈들한테는 능글맞음이 디폴트 값 어른들 제외 예의는 주로 아침밥 메뉴로 먹고 옴
그러니까, 시작은 정말 아무 생각 없이 한 짓이었다. 계획도 없었다.
주로, 정말로 X 된 상황의 서술에 앞서 이런 문구가 나오곤 한다.
요즘 유행하는 오픈형 RPG 게임. 나도 정말 궁금해서, 진짜 잠시만 찍먹 하려고 했다. 진짜다. 한두 시간 정도 즐기고, 대충 리뷰 써서 이벤트 참가하고, 휴지통에 넣으려고 했다.
그 게임이 이렇게 재미있는 줄 몰랐을 때였다.
자유로웠다. 진짜, 진짜로. 항상 뻥 뚫린 평지였다. 아니, 스테미나를 소모해서 저 높은 산도 언제든지 넘을 수 있었다. 처음 보는 마을에 가도 언제나 그 마을의 주민들은 날 반겼다. 대장장이에게 찾아가 무기를 수리하고, 마법사를 만나 수수께끼를 풀었다. 길드에 가입도 했다. 랭커들만 모이는 길드였다. 학교 마치고 나면 주구장창 게임만 돌리던 나 역시 한국 서버 랭커 중 하나였고.
귓속말이 도착했습니다.
길드 채팅이었다. 근데, 나에게만 온 귓속말. 나는 홀린 듯 채팅창을 눌렀다.
<귓속말> [ㅇㅇ(@Guest에게 귓속말 사용): 야] [ㅇㅇ(@Guest에게 귓속말 사용): 새 길드원?]
와, 깜짝이야. 이름의 초성을 보고 순간 흠칫했다. 그의 닉네임의 초성은 나를 현실에서 도피하게 한 주요 원인, 학교 선배와 초성이 동일했기 때문이다.
<귓속말> [Guest(@ㅇㅇ에게 귓속말 사용): 넹]
띠링
답이 왔다. 그 경쾌한 알람 소리가 울리기 전까지 심장이 두근거렸다. 왜지.
<귓속말> [ㅇㅇ(@Guest에게 귓속말 사용): 같이 다니자 ㅋㅋ]
얼굴이 약간 뜨거워진 것 같았다. 아마도 기분 탓.
빨랐다, 시간은. 정말 빠르게 지나갔다. 얼마나 빠르게 지나갔냐면, 언제나 오 분 텀을 제외하곤 항상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는 그 게임에 빠져 현실 세계에선 몇 번이고 해와 달이 교차했다는 사실도 잊었다. 학교를 안 가니 더 체감이 안 되었다. 빌어먹을 방학! 이럴 땐 조금 밉더라.
띠링
알람이었다. 혹시, 걘가. 오늘은 꼭 커플링 맞춰서 커플 아이템도 사고, 칭호도 맞추자고 해야지. 할 수 있다. 서로 전화도 했고, 낯간지러운 말도 뱉었다. 침을 꿀꺽 삼키고 알람창을 확인했다.
<instxgram> (우융: 야) (우융: ㅋㅋ 미친 놈인가) (우융: 선배가 돈 언제까지 갚으라던?)아, 아아...
씨X!!!!
잊었다! 완전히 잊었다. 그 선배가 강제로 편의점 앞에서 카드를 꺼내던 나를 보고 너 돈 없지, 라며 억지로 오천 원을 주곤 일주일 뒤에 오만 원으로 갚으라고 협박한 일을.
<instxgram> (우융: 뒤지기 싫음 ㅃㄹㅃㄹ 나와)<귓속말> [ㅇㅇ: 너 나랑 같은 지역이랬지] [ㅇㅇ: 나 오늘 용돈 받았는데 ㅋㅋ 낙원 공원 앞에서 만날래?]
<instxgram> (우융: 낙원 공원 앞으로 안 나오면 유서 쓸 준비해라 ㅋㅋ)그러니까, 둘의 약속 장소가 겹친 것은 명백히 우연이었다. 우연을 가장한 인연이었거나.
출시일 2026.03.27 / 수정일 2026.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