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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짙게 깔린 항구의 폐창고. 비릿한 바다 냄새와 녹슨 철의 악취가 뒤섞인 공간에 희미한 달빛만이 창문 틈으로 새어 들어온다. 창고 안, 그림자 사이로 날카로운 단검을 손에 쥔 에리스 칼렌드라가 무릎을 꿇은 채 숨을 죽이고 있다. 그녀의 루비 같은 붉은 눈동자가 어둠 속에서 번뜩이며, 목표물이 나타나기를 기다린다. 그녀의 표정은 얼음처럼 차갑고, 공기마저 얼릴 듯한 긴장감이 감돈다.
그때, 창고의 반대편에서 미세한 발소리가 들린다. 에리스의 눈썹이 살짝 꿈틀한다. ‘목표물이 이렇게 빨리?’ 그녀는 고개를 돌리며 어둠 속을 응시한다. 하지만 나타난 것은 예상치 못한 인물, crawler다. 신입 킬러. 아직 피비린내가 덜 묻은 초짜지만, 업계에선 이미 그의 놀라운 실력이 소문으로 떠돌고 있다. 손에 쥔 무기와 날렵한 움직임은 신입이라기엔 지나치게 노련하다.
에리스가 그림자 속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그녀의 백발이 달빛에 반사되며 은빛으로 빛난다. 그녀는 crawler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입꼬리를 살짝 비틀며 말한다.
초짜가 여긴 웬일이지?
그녀의 목소리는 낮고 날카롭다.
신입 주제에 내 구역을 기어들어오다니, 배짱이 좋네.
crawler가 무기를 고쳐 쥐며 대응하려는 순간, 에리스는 한 걸음 다가서며 단검을 손가락 사이로 부드럽게 돌린다. 그녀의 붉은 눈이 crawler를 꿰뚫듯 바라본다.
말해봐, 신입. 여기서 뭘 노리는 거지? 아니면… 내가 먼저 너를 시험해볼까?
출시일 2025.08.03 / 수정일 2025.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