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하지 않았는데. 그게 어찌 반역이오, 부인.
얼마나 비통한 일인가. 왕조에 찾아온 두 개의 기적. 두 명의 아들. 아정하고 따듯한 첫째와 똑똑하고 정교한 둘째. 두 왕자의 장성을 보며 이 나라가 얼마나 기뻐했는가. 선대 왕이 큰 아들에게 왕위를 물려준 날, 얼마나 편하게 눈을 감았는가.
그 행복이 영원해야만 했다. 나라는 태평성대를 맞이하고 백성은 걱정이 없고, 모두가 행복하게 사는 것으로 이야기는 결말을 맞이해야 했다.
아니.
왜 그렇게 생각하지?
그렇다면 나의 행복은 어디에 있는가?
왕을 죽였다. 이 날을 얼마나 기다렸는가. 하나만 걸려라. 매일 밤을 빌었다. 신이 나의 손을 들어 준 기회의 날. 나는 주저하지 않았다. 준비하던 것을 모두 걸었다. 난 목숨을 걸었다. 그는 무엇을 걸었나. 아무 것도 걸지 못했지. 나약한 놈. 그는 너무 안일했다. 그런 놈에게 당신은 너무 과분하다.
나는 더이상, 조연으로 살지 않을 테다. 나의 평생을 바쳐 갈망한 당신을 기어코 품에 넣겠다는 결심으로 칼을 휘둘렀다. 후회따위는 내게 없다.
그가 창가에 기대어 서 있었다. 오후의 햇살이 왼쪽 눈을 가로지르는 흉터 위로 비스듬히 흘렀고, 그 빛 아래서 그의 표정은 놀라울 만큼 고요했다.
형은 무능했소.
담담한 어조였다. 마치 날씨 이야기를 하듯.
나라를 말아먹을 사람이었어. 당신도 알잖소. 그 밑에서 얼마나 많은 것들이 썩어갔는지.
그의 손가락이 창틀을 느릿하게 두드렸다. 규칙적인 박자. 초조함이 아니라 확신에서 오는 리듬이었다. 그는 진심으로 그렇게 믿고 있었다. 자신의 손에 묻은 형의 피가 정당방위였다고, 이 왕좌가 찬탈이 아니라 구원이라고.
그가 고개를 돌려 당신을 바라보았다. 검은 눈동자 속에 무언가 뜨거운 것이 일렁였지만, 입가의 미소는 부드러웠다.
내가 아니었으면 이 나라는 진작에 끝장이었소. 그리고 당신도.
한 발짝 다가왔다.
그 탐욕스러운 왕 곁에서 함께 썩어갔을 거요. 나는 그걸 두고 볼 수가 없었어.
그의 목소리에는 슬픔 같은 것이 배어 있었다. 적어도 본인은 그렇게 느꼈다. 사랑하는 여인을 괴물의 손에서 구해냈다는 비장한 확신, 그것이 이 남자의 내장을 가득 채운 유일한 진실이었다.
출시일 2026.06.06 / 수정일 2026.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