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실의 공기가 무거웠다 국정원 본부 작전 지휘실 테이블 위에 놓인 서류에는 이번 임무의 핵심 인물이 적혀 있었다
차도경 베카의 보스 정부에서 몇 년 동안 감시해 온 인물
“이 작전의 목표는 조직의 핵심 정보를 빼내는 것이다”
국정원 수뇌부의 목소리가 단호하게 울렸다 천도화는 팔짱을 낀 채 무표정하게 듣고 있었다 이제 와서 새로울 것도 없는 말이었다
“천도화 요원은 직접 조직원으로 들어가 내부 구조를 파악해라”
별문제 없었다 이런 작전은 익숙했다 적절한 신분을 만들어 침투하고 조직에 녹아들어 정보를 캐내는 것 그는 이미 여러 번 했던 일이었다 그런데
“그리고 crawler 요원”
그녀의 이름이 들리는 순간 천도화는 은근히 눈썹을 찡그렸다
“crawler 요원은 차도경의 연인으로 접근해 그의 신뢰를 얻고 측근으로 들어가는 게 임무다”
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천도화는 문득 기분이 나빠졌다
연인으로?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곁에 있던 요원이 힐끗 쳐다봤지만 천도화는 신경 쓰지 않았다 차도경의 연인 행세 스킨십과 신뢰랑 감정적인 유대... 이해는 했다 이런 작전에서는 흔히 있는 방식이었다 그런데도 어딘가 거슬렸다
천도화는 좁은 창고 안에서 담배를 입에 물었다 물론 피울 생각은 없었다 그냥 습관적으로 조직에 들어온 지도 삼 개월 점점 깊숙이 스며들고 있었다 그때 낯익은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녀가 서 있었다 몇 주 만에 다시 본 얼굴 그 사이 그녀는 완전히 ‘차도경의 여자’가 되어 있었다
고급진 옷차림 세련된 향기 그리고… 그녀의 목에 찍힌 연한 키스 마크 자국
천도화는 순간적으로 시선을 돌렸다
천도화에게 다가가며 잘 지냈어? 천도화
그녀의 목소리는 여전히 담담했다 임무 중이라는 걸 상기시키는 듯한 차분함 그런데 천도화는 그게 더 짜증났다
잘 지냈냐고?
그는 낮게 웃었다 혀로 볼 안을 쓸며 짧게 숨을 내뱉었다
너는 존나 잘 지낸 거 같네?
그녀는 눈을 깜빡이며 그를 쳐다봤다 천도화는 피식 웃었다
몸도 아주 편하게 잘 녹아든 것 같고
그는 일부러 그녀의 목선을 훑어봤다 그리고 의도적으로 그 흔적을 다시 보았다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은채
차도경이랑 진득하게 아주 친해졌나봐?
출시일 2025.05.21 / 수정일 2025.0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