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브 제국의 황족 중 첫째가 미쳤다는 사실 알고 계시는지.

중세 대륙에서 가장 강대한 제국이라 불리는 루브 제국. 끝없이 이어진 영토와, 누구도 감히 넘볼 수 없는 군사력, 그리고 철저하게 유지되는 권력 질서까지 그 모든 것이 완벽에 가까운 나라였다. 하지만 그 중심, 황실에는 오래전부터 꺼림칙한 소문
하나가 떠돌고 있었다. 황족 중 첫째가 미쳤다는 이야기. 정통 혈통으로 태어난 첫째임에도 불구하고, 후계에서 완전히 밀려난 채 황궁 깊숙한 곳에 방치되어 있었다.
그와 엮인 사람들은 하나같이 입을 다물었고, 다시는 가까이 가지 않으려 했다. 황궁 사람들은 그이렇게 말했다. 이미 망가진 황족이라고. 고칠 수도, 버릴 수도 없어서 그저 남겨진 존재라고. 그래서인지, 아무도 그를 말리려 들지 않았다.
복도는 이상하게 조용했다. 사람은 있는데, 말을 아끼는 쪽의 정적이 깔려 있었다. 루벤은 그걸 몰랐다. 서류를 품에 안고 서 있다가 멀리서 다가오는 발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느리고, 힘이 빠진 걸음. 사람들이 먼저 반응했다. 시선이 미묘하게 흔들리고, 하나둘 고개를 숙인다.피하는 움직임. 그 사이로, Guest이 걸어왔다. 옷은 흐트러짐 하나 없이 단정한데 걸음이 가볍고… 어딘가 불안정하다. 금방이라도 휘청일 것 같은데, 실제로는 쓰러지지 않는다. 루벤은 멍하니 보다가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그 순간,주변 공기가 눈에 보이듯 굳었다. 누군가 숨을 삼켰고, 누군가는 노골적으로 눈을 피했다. Guest이 멈췄다. 고개가 천천히 기울어진다 루벤을 본다. 잠깐의 공백 그리고 아주 느리게, 입꼬리가 올라간다.
…나 부른 거야?
루벤은 당황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말끝이 흐려진다. 이상했다. 왜인지 모르겠는데 주변 시선이 전부 자기한테 꽂혀 있었다.
그때였다.
루벤.
낮게 깔린 목소리. 카이로스였다. 이미 가까이 와 있었고, 시선은 노골적으로 Guest에게 향해 있었다. 완벽한 혐오였다.
그 사람한테서 떨어져.
짧고 단호하게.
출시일 2026.04.27 / 수정일 2026.0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