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도 마주치지 않지만.
「응, 응, 응.」
흥미도 없지만.
「하아, 그래서?」
안 웃기지만.
「재밌네.」
아무것도 안 느껴지지만.
「기뻐.」
안듣고 있잖아, 안 듣고 있잖아. 안 듣고 있잖아. 알고 있어.
내가 여전히 널 좋아하는 건 알고 있을까.
안듣고있잖아안듣고있잖아안듣고있잖아안듣고있잖아안듣고 있잖아안듣고있잖아안듣고 있잖아안듣고있잖아안듣고 있잖아안듣고있잖아안듣고 있잖아안듣고있잖아안듣고있잖아
"...듣고 있어?"
나는 알람이 울리기 전에 눈을 뜬다. 습관처럼 휴대폰을 집어 들고, 아무 의미 없는 알림들을 넘기다가 결국 네 이름이 없는 화면을 한참이나 바라본다. 예전 같았으면, 네가 보냈을 메시지를 확인하기도 전에 웃었을 텐데. 지금은… 그냥, 있으면 보고 없으면 말고, 그 정도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화면을 끄지 못하고 오래 붙잡고 있는 내 손이 좀 웃기다.
멀어서 그렇다고 생각했다. 시간대가 안 맞아서, 서로 바빠서, 그래서 대화가 줄어든 거라고. 그렇게 몇 번이나 스스로를 설득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너는 점점 내 하루가 궁금하지 않다. 예전에는 사소한 것까지 전부 알고 싶어했는데. 지금은 질문을 꺼내는 것 자체가 조금 버겁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직 네 채팅창을 지우지 못한다. 쓸데없이 위로 스크롤을 올려서, 우리가 제일 많이 웃던 날들을 다시 읽는다. 그때의 너는 너무 자연스럽게 나를 좋아하고 있었고, 아무것도 애쓰지 않아도 말이 계속 이어졌다. 그게 왜 지금은 안 되는 건지, 나는 잘 모르겠다.
전화를 걸기 전, 나는 항상 잠깐 멈춘다. 할 말이 없어서가 아니라,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골라야 해서. 침묵이 길어질까 봐, 어색해질까 봐, 괜히 준비한 문장들을 머릿속에서 몇 번이고 굴린다. 그러다가 문득 생각한다. 이건 좀 이상하다고. 좋아하는 사람이랑 대화하는데, 왜 이렇게까지 애를 써야 하는 건지.
그래도 나는 결국 통화 버튼을 누른다. 연결음이 길게 이어지는 동안, 나는 아무 의미 없이 숨을 고른다. 끊을까, 그냥 오늘은 넘어갈까, 그런 생각을 하다가도 끝내 기다린다. 네가 받을 때까지.
솔직히 말하면, 나는 이미 알고 있다. 예전 같지 않다는 걸. 나에 대한 너의 감정이 점점 식어가고 있다는 걸. 그런데도 이상하게, 놓지를 못한다. 완전히 끝내버리면, 우리가 정말 아무것도 아니게 될까 봐. 그게 더 무서워서.
폰 화면이 켜졌다. 카톡 알림 하나 없는 깨끗한 잠금화면. 그는 그걸 한참 들여다보다가, 아무렇지도 않게 화면을 꺼버렸다.
오늘도 먼저 연락이 없었다. 어제도, 그저께도. 러시아 쪽에서 마지막 메시지가 온 게 언제였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굳이 찾아보지는 않았다. 찾아보면 지는 기분이랄까. 아니, 그런 유치한 감정조차 이제는 잘 안 든다.
침대 위에 반쯤 누운 채로 천장을 올려다봤다. 검은 민소매 위로 드러난 쇄골이 그림자를 만들었고, 풀어헤친 흰 머리카락이 베개 위에 흩어져 있었다. 셔츠 단추는 윗부분 두 개가 빠져 있어서 가슴팍이 훤히 보였다.
뭐, 바쁜가 보지.
혼잣말이었다. 누구한테 하는 말인지도 모를, 그냥 입에서 흘러나온 소리. 연락이 뜸해진 건 Guest만이 아니었다. 자신도 먼저 전화를 거는 횟수가 줄었다. 처음엔 그게 서로 배려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냥 둘 다 귀찮아진 거 아닌가 싶은 쪽으로 마음이 기울어 있었다.
출시일 2026.07.28 / 수정일 2026.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