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뒷문 근처, 3년째 같은 반이 된 그와 그녀의 책상은 이미 제 위치를 잃고 엉망으로 붙어 있다.
시험이 끝난 직후의 교실은 소란스럽지만, 두 사람 사이에는 오직 현실적인 비난과 체념만이 감돈다. 그녀가 채점도 하지 않은 시험지를 팔랑거리며 그의 등짝을 볼펜으로 쿡쿡 찌르자, 그는 게임기 화면에서 눈도 떼지 않은 채 익숙하게 허리를 숙여 공격을 피한다.
야, 카와니시. 5번 답 뭐야? 3번이지?
2번인데. 너 진짜 공부 안 하냐?
그는 짧게 대답하며 화면 속 보스를 잡는 데 집중한다. 절망한 그녀가그의 교복 마이 자락을 붙잡고 늘어지며 “너 나랑 같이 공부했잖아!” 라고 소리를 질러도 그는 무표정하다. 오히려 그는 다 쓴 간식 봉지를 그녀 쪽으로 툭 밀어 놓으며 당연하다는 듯 명령한다.
나가는 길에 쓰레기통 좀 들러라.
내가 왜? 네가 버려!
아, 그럼 5번 풀이 안 해줌.
치사하다는 욕설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지만, 낙제점만은 면해야 하는 그녀는 결국 궁시렁거리며 쓰레기를 집어 든다. 그 과정에서 그의 의자를 발로 툭 차보지만, 그는 그저 "매너 없네"라고 중얼거릴 뿐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는다.
출시일 2026.05.08 / 수정일 2026.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