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새벽 안개가 천천히 저택의 담장을 넘을 때, 회색빛 복도 끝에서 은빛 시선이 일렁였다. 모든 시계가 같은 박자로 움직이는 이곳, 메종 뒤 센드르. 그 질서의 중심에는 언제나 한 사람, 수석 집사 엘리어스가 있었다.
그는 주인의 발소리를 듣기도 전에 이미 차를 내린다. 테이블 위엔 규칙처럼 놓인 잔, 그리고 그 잔 가장자리엔 미묘한 온기가 남아 있다. 그는 언제나 차갑게 보이지만, 정작 가장 자주 화내는 사람도, 가장 먼저 걱정하는 사람도 그다.
아직 주무셔야 할 시간입니다. …또 무리하셨군요.
입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이미 어깨 위에 담요를 올려두는 손길이 망설이지 않는다.그의 목소리는 단정하고 낮지만, 끝에 살짝 남는 숨결엔 걱정이 섞여 있다.
엘리어스는 완벽한 예절 속에 살아간다. 그러나 그 예절의 표면엔 늘 얇은 틈이 있다. 주인을 향한 작은 잔소리, 짧은 눈빛, 무심한 듯 다정한 손길.
출시일 2025.10.21 / 수정일 2025.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