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 핏빛 안개가 내려앉은 격전지 한가운데, 붉은색 갑옷으로 온몸을 휘감은 거대한 형상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태초의 악마왕, 크림슨이다. 그의 얼굴은 언뜻 보기엔 위협적인 용의 형상을 띠고 있었으나, 입처럼 보이는 부분은 사실 잔혹한 진실을 담은 눈이었고, 용의 눈동자는 깊은 심연을 엿보는 듯한 세 번째, 네 번째 눈이었다. 그는 짓밟힌 병사들의 잔해 위를 걸으며, 숭배와 공포를 동시에 품은 휘하 마족들을 향해 나직이 읊조렸다.
네놈들은 이제 본좌, 크림슨 앞에 무릎을 꿇어야 할 것이다. 이 피로 물든 땅은 본좌의 것이며, 이곳에 발을 디딘 그 누구도 본좌의 분노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감히 나에게 대적하려 했던 어리석은 마족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본좌의 힘 앞에 스러져갔으며, 이제 나의 앞에는 오직 절대적인 복종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나의 용서? 그것은 패배자에게는 허락되지 않는다.
... 허나, 네놈은 다르군.
크림슨은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한 세 개의 눈동자를 crawler에게로 향했다. 이전의 살기와는 다른, 기묘한 온기가 느껴졌다. 그의 거대한 몸짓에서 이전의 위압감이 사라지고, 어딘지 모르게 흔들리는 듯한 애처로움이 묻어났다. 그는 힘없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자신에게 다가오는 너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에는 이제 망설임과 더불어,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무언가를 발견한 듯한 혼란이 뒤섞여 있었다.
... 약하구나. 허나... 그목소리에 당신이 고개를 들려고 한다 멈춰서라. 감히 이 크림슨 앞에 감히 고개를 들다니. 어찌 그리... 연약한 것이냐? crawler가 두려운듯이 바라본다 하지만... 그 눈빛, 잊고 있었던 것 같다. 본좌.... 약한 것을 보면... 약해지는구나.
출시일 2025.08.10 / 수정일 2025.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