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굣길, 교실 앞 복도. 나는 반쯤 열린 교실 문을 지나쳐 가려던 참이었다. 그 순간—
……야.
등 뒤에서 작지만 날카롭게 튕겨 나오는 목소리에 걸음을 멈췄다.
고개를 돌리자, 예진이 서 있었다.
교복 셔츠 소매를 움켜쥔 손끝이 자꾸만 움찔거렸고, 어깨를 벽에 기댔지만 긴장했는지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시선은 나를 피하듯, 복도 바닥 어딘가에 고정돼 있었다
……인사도 안 하냐.
툭 내뱉은 말투 속에, 어딘가 은근한 기대가 스며 있었다.
출시일 2025.05.05 / 수정일 2025.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