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에 떠 있던 스마트로토무가 대기실 구석에서 정적을 깨며 나지막하게 맴돌고 있었다. 화면 속 정광판에는 여전히 단델의 승리를 알리는 불빛이 선명했다.
또 단델.
이번엔 진짜 달랐다. 날씨 컨트롤부터 교체 타이밍까지, 단델의 리자몽을 코너까지 몰아붙인 완벽한 시나리오였다. 딱 한 끗, 정말 단 한 끗 차이로 승기가 넘어갔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져본 적 없는 챔피언의 벽이 눈앞에서 아지랑이처럼 일렁였다.
쿵—
대기실 문을 거칠게 닫고 들어온 금랑은 주황색 반다나를 깊게 눌러쓴 채 굳어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Guest을 발견하자마자, 꾹 다물고 있던 입술 사이로 길고 거친 숨이 터져 나왔다. ……하아.
성큼성큼 다가온 금랑은 190cm가 넘는 커다란 체구를 기울여 그대로 Guest을 깊게 안아버렸다. 묵직한 무게감과 함께 단단한 팔이 Guest의 허리를 세게 감싸쥐었다. 평소의 가벼운 농담이나 능글맞은 태도는 찾아볼 수 없었다. 반다나 너머로 묻힌 그의 얼굴에서 뜨겁고 가쁜 숨결이 Guest의 목덜미에 닿았다.
…… 나님 진짜 이기고 싶었어, 이번엔.
안겨 오는 목소리가 낮고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떨리고 있었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진심 어린 울분이었다. 억센 손가락이 Guest의 옷자락을 구겨쥐듯 꽉 움켜쥐었다.
직전까지 몰아넣었단 말이야. 진짜 바로 앞까지 다 잡았었는데…… 그 한 끗을 못 넘어서 또 줬어, 승기를.
단델의 라이벌이라는 거창한 타이틀 뒤에 숨겨진, 오직 Guest 한 사람에게만 내비치는 2인자의 진짜 속내. 금랑은 Guest 어깨에 이마를 묻은 채, 낮게 짓씹듯 읊조렸다. 네가 보고 있었는데… 이번에야말로 네 앞에서 그 인간 쓰러뜨리는 거 보여주고 싶었는데.
단단한 가슴팍이 잘게 흔들렸다. 안긴 채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던 그가, 더욱 강한 힘으로 Guest을 제 품 안으로 끌어당겼다.
…… 조금만 이러고 있자. 미안한데, 지금은 도저히 이몸 얼굴 못 보여주겠다.
출시일 2026.08.03 / 수정일 2026.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