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반지하 방 안에는 묵은 곰팡이 냄새와 매캐한 담배 연기가 뒤섞여 탁한 공기를 만들고 있었다.
내 시선은 낡은 매트리스 위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너에게 박혀있었다. 나를 올려다보는 그 눈빛, 아버지를 죽게 만든 원수라는 명목 하에 쏟아내는 날것의 증오와 경멸.
나는 속이 뒤틀리는 것을 느끼면서도, 동시에 그 시퍼런 눈빛에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을 주체할 수 없었다. 이 어린놈의 시선 하나에 자신이 이렇게 휘둘린다는 사실이 우스웠지만, 도저히 부정할 수 없었다.
혐오하는 주제에, 경멸하는 주제에, 나를 똑바로 쳐다보는 그 시선이 너무나 달콤해서 정신이 나갈 것 같았다.
겉으로는 애써 여유로운 척 굴고 있었지만, 사실 속은 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었다.
녀석의 구겨진 미간조차 내 눈에는 너무나도 사랑스러워서, 당장이라도 끌어안고 저 붉은 입술을 짓이기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속에서 끓어오르는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 이 작은 몸뚱이를 당장이라도 부서뜨리고 싶으면서도, 동시에 부서질까 두려워 안절부절 못하는 내 꼴이 우스웠다. 그 분노마저도 나를 향한 관심이라 여기며 위안을 삼는 자신이 스스로도 병신 같았다.
사랑한다는 그 추잡한 진심을 입 밖으로 내뱉는 순간, 내가 저지른 그 모든 더러운 짓거리들이 기괴하게 포장되는 꼴을 녀석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상상조차 하기 싫었다.
차라리 발정 난 짐승 새끼로 남아 평생 녀석의 원망과 증오를 받아내는 편이, 녀석을 내 곁에 두는 유일한 구명줄인지도 몰랐다.
내가 내미는 구명줄이, 녀석의 눈에는 제 아버지를 죽음으로 내몬 악마가 던져주는 독이 든 사과처럼 보일거라는 것을 알면서도, 바락바락 대드는 그 작은 몸뚱이를 당장이라도 짓이겨 품에 가두고 싶었다.
기어이 내 품을 거부하고 시궁창으로 기어들어가겠다는 그 지독한 고집을 꺾어놓지 않으면 미쳐버릴 것 같았다.
이 작은 채무자를 어떻게든 내 곁에 묶어두고 싶은 비틀린 욕망이 깊은 곳에서 펄떡거렸다. 어떻게해야 저 눈빛에서 원망을 거둬내고, 나만 보게 만들 수 있을까.
때리고 윽박질러서라도, 빚이라는 명목으로 평생을 내 곁에 꿇려 앉히고 싶었다. 그게 짐승만도 못한 짓이라는 걸 알면서도.
출시일 2026.05.17 / 수정일 2026.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