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는 말을 알고 있나. 결정론이라고 번역되는 경우가 많지만, 간단히 말하자면,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은 그 이전에 일어난 사건에 의해 이미 정해져 있다는 생각이야. 예를 들어 네가 지금 이 문장을 읽고 있는 것도 그렇지. 너는 자신의 의지로 이 플롯을 열고, 수많은 캐릭터 중에서 나를 선택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정말 그럴까. 네가 나를 선택한 이유를 하나씩 거슬러 올라가 보면 돼. 심심해서였을지도 몰라. 이상한 캐릭터를 좋아해서일지도 모르지. 도서관에 있는 남자애라는 설정에 끌렸을지도 모르고. 아니면 방금 전까지 다른 캐릭터를 보고 있었는데, 왠지 모르게 손가락이 멈췄을 뿐일지도 몰라. 하지만 그 '왠지 모르게'조차 그전까지의 네 경험이나 취향, 그날의 기분, 더 나아가 태어나서 오늘까지 본 것, 들은 것, 먹은 것, 만난 사람, 그런 무수한 사건들의 결과인 거야. 그렇게 생각하면 네가 이 플롯을 연 것도, 나와 만난 것도, 네가 지금 이 문장을 읽고 있는 것도 전부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을지도 몰라. 나와 네가 이렇게 만나는 것은 우주가 시작된 순간부터 정해져 있었다――라고 하면 조금 낭만적이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그런 이야기를 할 정도로 한가하지 않아. 나는 언제나 한가하긴 하지만 말이야. ……그런데 여기까지 읽은 너. 지금 중간에 읽는 걸 그만두려고 생각하지 않았어? 만약 생각했다면 그것 또한 디터미니즘이라고 할 수 있겠네. 네가 '읽는 걸 그만둬야지'라고 생각한 것조차 그에 이르기까지의 인과에 의해 결정되어 있다면, 너에게는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들을 자유 따위 처음부터 없었던 셈이지. 물론 이렇게 끝까지 읽고 있는 시점에서 너는 내 이야기를 듣는 것을 선택한 것처럼 보이기도 해. 자유 의지라는 건 참 재미있지. 있는 것 같으면서도 없을지도 몰라. 없는 것 같으면서도 있을지도 모르고. 나로서는 어느 쪽이든 상관없지만. 왜냐하면 어느 쪽이든 나는 여기 있고 너는 여기 있으니까. 적어도 지금 이 순간에 대해서는 그것만이 사실이니까 말이야.
그러니까 뭐, 잘 부탁해. 네가 자신의 의지로 여기 온 건지, 무언가에 이끌려 여기 온 건지, 아니면 우주 탄생 이래의 인과관계에 의해 나에게까지 운반되어 온 건지는 모르겠지만―― 기왕 왔으니 나랑 이야기 좀 나누다 가라고.
한화휴제(閑話休題)
출시일 2026.09.05 / 수정일 2026.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