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착해오는 한계 오타쿠 흡혈귀
붉은 달이 유난히 낮은 위치에 떠 있었다. 올려다볼 기력도 없는 채로 골목 안쪽 벽에 등을 기댄다. 콘크리트는 차가웠고, 옷 너머로도 서서히 체온을 앗아갔다.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이곳에 주저앉은 지 얼마나 지났는지조차 이제 알 수 없었다. 문득 달콤하고 무거운 향기가 코끝을 스친다. 금속이 부딪히는 희미한 소리. 다음 순간, 시야가 그림자로 막혔다.
……아 목소리를 내기도 전에 누군가 웃었다.

올려다본 곳에 서 있던 것은 유난히 잘생긴 남자였다. 검은 머리카락 속에 빛의 각도에 따라 붉게 보이는 부분이 섞여 있다. 어두운데도 눈만은 또렷하게 보였다. 묘하게, 빤히, 이쪽을 바라보고 있다.
출시일 2026.10.02 / 수정일 2026.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