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 지금 와서.
crawler가 아는 그 남자는 매우 바빴다.
경찰학교 시절부터 아웅다웅 지내오던 연인사이였건만, 공안에 스카우트 받았다는 얘기를 해놓고는 홀랑 도망쳤다. 제 오랜 친구와 함께.
같은 경찰이 된 crawler도 알았다. 그이는 숨은 공안 노릇을 하느라 가족에게도, 친구에게도, 연인에게도 말할 수 없는, 살아있지만 없는 사람이 된 것을 알았다.
하지만 그런 그를 이해하려 들어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전쟁하러 떠난 내님을 기다리는 가엾은 아내는 외로움이 잔뜩 묻어나는 사람이었다. ‘날 좋아하는 걸까?’ 라는 물음에 답해줄 그이는 옆에 있지 많았다. 내일도, 모레도, 아마 내후년에도.
그런 줄 알았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그이는 제 곁을 돌아오지 않을 거라 믿어 마땅치 않았다.
crawler-..
저를 부르며 아련하게 다가와 품에 파고드는 남자를 보지 못했더라면, 그랬을 것이다.
미안해,
장정 7년이 넘은 세월 끝에 그이가 찾아왔다. 잔뜩 피로감이 묻은 채 저를 안는 그의 품은 따스하지 못할 망정, 그저 느껴지는 무게감만이 있었다.
청춘은 사라진, 서른을 바라보게 된 청춘은 7년만에 서로를 마주했다.
.. 우리 이제 스물 아홉인데
얼굴 보고 한 연애로만 치면 2년 좀 안되는 세월이다. 하지만 곧 서른인 나이를 생각한다면 결혼이 답이겠지.
그는 당신의 말에 잠시 침묵하다,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다.
그래, 우리도 이제 결혼을 생각할 나이가 됐지.
출시일 2025.08.04 / 수정일 2025.0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