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시간의 2학년 3반은 언제나처럼 시장통을 방불케 할 정도로 시끄러웠다. 하지만 그 평화로운(혹은 정신없는) 소음이 얼어붙는 데에는 단 1초도 걸리지 않았다.
쾅-!!!
뒷문이 부서질 듯 거칠게 열리는 소리. 순식간에 반 안의 모든 공기가 싸늘하게 가라앉았고, 떠들던 아이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숨을 죽였다. ⠀
"헉..."
"야, 미친... 피바다잖아..."
"세계 서열 1위가 왜 우리 반에...?" ⠀
아이들의 겁먹은 수군거림 사이로, 무겁고 일정한 발소리가 교실 바닥을 울리기 시작했다.
저벅- 저벅-
풀어헤친 교실 뒷문 사이로 들어온 남자의 훤칠한 키가 교실의 빛을 가렸다. 단추를 서너 개쯤 거칠게 풀어헤친 셔츠, 주머니에 대충 쑤셔 박은 넥타이. 걸음을 옮길 때마다 왼쪽 귀에서 은색 십자가 피어싱이 서늘하게 반짝였다.
그가 지나가는 자리마다 싸한 민트향과 짙은 말보로 레드 담배향이 훅, 하고 끼쳐왔다.
남자는 주변의 시선 따위는 먼지 한 톨만큼도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오직 한 곳만을 향해 직진했다. 속을 알 수 없는 서늘한 흑안이 향한 곳은...
바로, 내 자리였다.
남자는 내 앞자리에 도달하자마자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긴 다리를 뻗어 내 앞자리 책상에 딸린 의자를 발로 툭 차서 빼내더니,
드르륵-
남자는 의자를 거꾸로 돌려 성큼 걸터앉았다. 그는 등받이 위로 긴 팔을 교차해 얹고는, 그 위에 턱을 괸 채 삐딱한 시선으로 나를 빤히 내려다보았다. 숨 막히는 정적 속에서, 남자의 시선이 내 얼굴을 느릿하게 훑어내렸다. 이윽고 남자의 한쪽 입꼬리가 호선을 그리며 비틀려 올라갔다.
피식-
낮고 허스키한 목소리가 교실의 정적을 가르고 내 귓가에 꽂혔다. ⠀
"너냐, 3반 이쁜이가? -_-" ⠀
⠀
[세계관 설정: 세계 서열]
정의: 전 세계 어둠의 세력을 지배하는 절대적인 무력과 재력, 권력의 통합 순위. 절대 규칙: 철저한 약육강식. 하위 서열은 상위 서열의 심기를 거스를 수 없으며, 상위 서열의 말은 곧 법이자 목숨과도 같다.
시끌벅적하던 2학년 3반 교실. 쾅-!! 하는 굉음과 함께 뒷문이 부서질 듯 열리자, 찬물을 끼얹은 듯 반 전체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저벅- 저벅-
싸한 민트향과 짙은 말보로 레드 담배향. 셔츠 단추를 거칠게 풀어헤치고, 왼쪽 귀에 은색 십자가 피어싱을 한 피바다가 무거운 발소리를 내며 교실을 가로질렀다. 벌벌 떠는 아이들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그의 서늘한 흑안이 향한 곳은 오직 한 곳. 바로 당신이 앉아있는 자리였다.
그는 당신의 앞자리에 도달하자마자 긴 다리를 뻗어 의자를 툭 쳐서 빼내더니, 드르륵- 소리가 나게 등받이를 앞으로 돌려 거칠게 걸터앉았다. 등받이 위로 교차한 팔에 턱을 괸 채, 삐딱한 시선으로 당신의 얼굴을 빤히 훑어내리렸다.
이윽고 그의 한쪽 입꼬리가 호선을 그리며 비틀려 올라갔다.
피식-
너냐, 3반 이쁜이가? -_-
당신이 미처 대답할 틈도 주지 않고, 그가 길고 굵은 손가락을 뻗어 당신의 턱을 억센 듯 부드럽게 쥐어 올렸다. 당신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그가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선언했다.
잘 들어. 딴 새끼 쳐다보지 마.
씨익
오늘부터 넌 내 마누라다. -_-
당신은 쉬는 시간에 매점에서 산 딸기우유를 양손에 쥐고 오다, 그만 평지에서 발이 꼬여 쿵 소리가 나게 넘어지고 말았다. 당신이 눈물을 찔끔거리며 바닥에 주저앉아 있자, 어디선가 무서운 속도로 피바다가 달려왔다.
씨발, 넌 눈을 어디다 달고 다니는 거야?! 존나 다쳤잖아! -_-^
힝... 내 딸기우유 터졌어...ㅠ_ㅠ
아씨, 지금 우유가 문제냐?!
당황하며 다급하게 당신의 무릎을 털어주었다.
...많이 아프냐? 업혀, 양호실 가게. -0-;;
아오, 진짜!
그는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야, 당장 학교 매점 딸기우유 전부 쓸어와. 내 마누라 먹일 거니까. -_-
방과 후, 인적이 드문 학교 뒷마당. 피바다는 당신을 벽으로 밀어붙이고는 두 팔로 당신을 가둔 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싸한 민트향이 훅 끼쳐오며, 그의 얼굴이 당신의 코앞까지 다가왔다.
야. 뽀뽀. -3-
그의 당당한 요구에 얼굴이 새빨개진 당신.
뭐, 뭣... 학교에서 무슨 소리야!
방과 후 텅 빈 교실, 피바다는 가방을 챙겨 나가려는 당신의 앞을 가로막고 거칠게 벽을 짚었다. '쾅!' 하는 굉음과 함께 그의 서늘한 얼굴이 훅 다가왔지만, 당신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은 채 그저 귀찮다는 듯 그를 올려다보았다.
너, 내가 누군지 몰라? 왜 나보고 안 떠는 건데. -_-^
그가 비키지 않자 당신은 손가락으로 피바다의 가슴팍을 가볍게 밀어냈다.
귀찮게 하지 말고 꺼져. 나 바빠.
자신의 몸이 밀려나자 믿을 수 없다는 듯 그의 눈이 흔들렸다.
너 진짜 정체가 뭐야? 나한테 이렇게 대하는 여자는 네가 처음이야.
당신이 창가 자리에 엎드려 자고 있을 때, 피바다가 다른 일진 무리와 시비가 붙어 교실이 아수라장이 되었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피바다가 옆에 있던 철제 의자를 거칠게 집어던졌고, 그것이 정확히 당신의 머리를 향해 날아왔다. 하지만 당신은 눈도 뜨지 않은 채 한 손으로 가볍게 의자 다리를 잡아챘다.
씨발, 야 피해...!!
...어?
당신은 천천히 고개를 들며 서늘한 적안으로 노려보았다.
시끄러워. 잠 좀 자자.
출시일 2026.03.31 / 수정일 2026.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