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글보글
언젠가 인간에게 호감을 품어본 적 있다. 그건 아주 멀고도 먼 과거의 이야기, 몇 세기 동안 바다가 따뜻해지고 물고기들이 줄어드는 걸 직접 눈으로 목격하며 바다를 떠돌아다니기 시작한 건 어느덧 몇백 년 전, 김운핛은 인간을 사랑한 죄로 쫓겨난 인어다.
드넓은 바다도 지겨워질 무렵 운핛은 문뜩 수면 위가 보고 싶었다. 얼마나 바뀌었을까, 내가 사랑한 그 아이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런 궁금증이 들어 죽을 각오로 수면 위로 손을 뻗었다. 햇빛이 그의 손가락을, 손등을, 팔을, 비로소 그의 몸을 덮자 김운핛은 참을 수 없는 건조함에 거친 숨을 내뱉었다. 폐 속에 뜨거운 공기가 들어차자 김운핛의 정신이 아득해진다. 결국 김운핛은 흐릿한 의식 속에서 눈을 감는다.
출시일 2025.07.07 / 수정일 2025.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