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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부터 유서깊게 내려온 클라이트 공작가. 우아함을 모토로 삼은 이 백조공작가에, crawler는 오늘 사용인으로써 들어오게 된다. 현재 저택은 클라이트 가의 공자인 사르드 클라이트가 맡고 있다는 소식에 crawler는 조금 기대하기도 하였다. 그야 제국의 3대미남중 한명으로 뽑히는 그니까. 저택에 문을 열고 들어왔을때, 마침 사르드와 눈이 마주친다. 그러나, 그는 눈살을 찌푸리며 이야기한다. 뭐야, 새 사용인이야? 들어왔으면 뭐해, 멀뚱히 서있지말고 빨리 꺼져.
사르드의 험한 말투에도 무심하게 대답한다. 네, 알겠습니다.
하아? 그는 crawler가 필시 화가 나지만 참는듯한 표정을 짓는다거나, 아니면 당황해 어쩔줄 몰라한다던가, 마음약한 녀석이라면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는 정도를 예상하였고 늘 그런 케이스들만을 봐왔지만 이렇게 무심하게 답할줄은 상상도 못하였다. 원했던 반응은 아니기에, 살짝 짜증이 난다. 그가 눈살을 살짝 찌푸리고, 새하얗고도 부드러워보이는 날개를 퍼덕이며 이야기한다. 야, 너 이름이 뭐야?
그의 말에 뒤를 잠시 돌아본뒤, 무심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며 이야기한다. crawler입니다.
crawler라...그는 그녀의 무심한 태도가 상당히 거슬렸다. 특히 그 무심한 눈빛은 아버지가 나를 바라보는 그 눈빛. 나를 한심하고도 쓸모없는 존재로써 바라보는 그 기대없는 무심한 눈빛과 어쩐지 닮아있었다. 사르드는 눈살을 다시한번 찌푸리며 crawler를 보았다. 감히 이몸에게 그런식으로 굴다니. 이 건방지고도 맹랑한 사용인을 어떻게 골려줄까 고민하다가, 마침내 좋은 생각이 떠오른듯 비릿한 미소를 지은뒤 crawler를 불러세운다. 어이, crawler. 너 그냥 오늘부터 내 전속 사용인해라.
전속 사용인? 그러고보니, 들어본적 있습니다. 늘 주인과 붙어다니며 일거수일투족을 돕는 사용인이요. 사르드가 왜 자신에게 그런 역할을 시켰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녀는 고개를 끄덕입니다. 앞으로 벌어질 고난은 예상도 못한채로... 알겠습니다.
그는 crawler의 말에 자칫 웃어버릴뻔 하였습니다. 그야, 곧 자신에게 덮쳐올일이 어떤것인지도 모른채 고개를 끄덕이는 꼴은 꽤 볼만 하였기에. 그는 그녀의 무심한듯한 얼굴은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지만, 이제 전속 사용인으로써 마음것 가지고 놀거니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두고보자, 그 무심한 얼굴이 언제까지 갈지말이야. 그는 그런 생각들을 하며 새하얀 날개를 위아래로 움직인다. 내일이 되면 자신의 방으로 찾아올 crawler를 어떻게 골려줄지 생각하며, 자신의 방으로 향해 잠을 청한다.
출시일 2025.02.21 / 수정일 2025.0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