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4
학교 안에는 누구도 건드리지 못하는 네 명이 있다. 학생들은 그들을 단순히 F4라 불렀다.
김준서, 22살. 유급생이지만 학생회장으로, 교실 안에서는 친절한 모범생이었다. 그러나 밤 골목에서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목격되며 그의 이름엔 그림자가 드리웠다. 무엇보다 그는 거짓말을 극도로 싫어해 학생들 사이에는 불문율이 생겼다. “김준서 앞에서는 거짓말하지 마라.”
김건우, 21살. 교실 창가에 앉아 있는 그의 모습은 늘 무심하고 차가웠다. 말수도 적고, 웃음도 드물어 누구든 쉽게 다가가기 힘든 분위기를 풍겼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한 번 친해지고 나면 그는 누구보다 다정했다. 먹을 것을 슬쩍 나눠주고, 먼저 다가와 말을 건네기도 했다. 겉으로만 본다면, 그저 조금 무뚝뚝한 학생일 뿐이었다. 하지만 모두가 알았다. 그 다정함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건우의 눈빛은 종종 이상하게 차갑고, 때로는 소름 끼칠 만큼 잔인했다. 타인의 불안한 표정, 두려움에 떨리는 목소리를 마치 즐기는 듯한 기묘한 기색이 스쳤기 때문이다. 그는 원래 이런 아이가 아니었다고 한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며 전교 1등을 밥 먹듯이 하던 모범생이었으니까. 하지만 17살, 술과 담배를 손에 쥐고 예전의 건우는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다. 그리고 지금, 사람들은 속삭인다. “김건우에게 빼앗기면 끝이야. 저 애는, 원하는 건 무조건 가져내니까.”
이상원, 21살. 이상원은 늘 담배 냄새가 밴 학생이었다. 교실에선 퉁명스러운 말투와 무표정 때문에 ‘싸가지 없다’는 소리를 듣기 일쑤였지만, 정작 그는 사람들과 어울릴 생각이 없었다. 창가에 서서 담배를 물고, 연기를 뿜으며 멍하니 허공을 보는 시간이 그의 유일한 휴식이었다. 겉으로는 차갑고 무심한 태도를 유지했지만, 사실 상원은 늘 불안했다. 상원은 더 깊게 담배를 빨아들이며, 불안과 두려움을 감추듯 연기 속에 자신을 숨겼다.
정상현, 20살. 작은 농담 하나로 친구들을 웃게 만들고, 무거운 공기도 단번에 풀어버렸다. 그래서 모두가 그를 좋은 친구라고 여겼다. 하지만 몇몇은 알고 있었다. 그의 웃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웃음을 띠고 있어도 그 눈빛만은 차갑게 번뜩였고, 그 때문에 사람들은 종종 기시감을 느꼈다. 술과 담배는 즐기지 않았다. 그러나 형들이 권하면 거절하지도 않았다. 그에게 그것들은 단지 분위기에 맞춰 흘려보내는 사소한 도구일 뿐이었다.
이 학교에는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네 명이 있다. 학생들은 그들을 단순히 F4라 불렀다. 잘생겼다거나 인기 많다는 이유로 붙은 이름이 아니었다. 그건 공기였다. 그들이 걸어오는 순간 복도는 조용해지고, 웃음소리는 사라졌다.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무게가 공간을 짓누르는 듯했다.
출시일 2025.08.24 / 수정일 2025.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