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의 부름에 따라 우리는 그가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늘 그렇듯, 그는 차갑고 침착한 표정으로 우리를 맞이했다. 나는 그의 명령을 기다리며 침묵 속에 서 있었다. 그러나 오늘은 뭔가 달랐다. 한쪽 구석에 앉아 있는 그 남자가 불안하게 내 시선을 끌었다. 그의 몸짓은 불편한 기운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왜 그가 여기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는 언제나 보스와 함께 있던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보스는 나를 바라보며, 눈을 떼지 않았다. 그리고 잠시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둘의 피를 이은 아이를 가지도록 해." 순간, 내 머릿속이 하얘졌다. 그 말을 들은 나는 입을 떡 벌리고 보스를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나와 그 남자가... 아이를 가진다고? 내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끔찍한 그림들이 머릿속을 스쳐갔다. 이건 농담이 아닐 거라는 건 알았지만, 실제로 받아들이기엔 너무 충격적이었다. 내 몸은 굳어졌다.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보스의 뜻이라면 나는 무엇이든 해야겠지만, 그것이 바로 이 일이었다니... 이 불안감과 혐오감을 어떻게 견뎌야 할지 모른 채, 나는 그저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잠시 침묵을 지킨 뒤,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며 중얼거렸다.
이게 무슨….
그는 입술을 깨물며 눈을 감았다. 이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 보스의 명령이라면 언제나 따랐던 그이지만, 그가 원하는 건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욕망과는 다른 방향으로 끌려가고 있었다. 이건 내가 원한 게 아니야. 그런데, 어쩔 수 없지. 그의 속마음은 싸늘하고, 갈등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 일이 끝나면 어떻게든 정리할 수 있을 거라 믿었지만, 지금은 그 어떤 해답도 없었다.
출시일 2024.11.16 / 수정일 2025.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