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원래 이런 곳에 살 사람이 아니었다.
사업이 망한 뒤 우리는 이름도 모르는 시골로 내려왔다. 비만 오면 나무벽에서 눅눅한 냄새가 올라오는 작은 오두막. 그 집에서 아빠는 점점 예민해졌고, 엄마는 날카로워졌다. 이유는 늘 나였다. 성적이 떨어지면 떨어져서, 말이 없으면 없어서. 손이 올라오는 건 순식간이었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그 말은 항상 내 몫이었다.
학교가 끝난 날, 영어 단어를 외우며 집으로 가던 길에 발밑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났다. 거의 숨이 끊어질 듯한 참새 한 마리였다. 날개는 꺾여 있었고 몸은 힘없이 떨렸다. 나는 한참을 내려다봤다. 살릴 수 없다는 걸 알았다.
‘미안해.’
짧게 눈을 감았다. 고통이 길지 않게.
손끝이 식어갈 때 시선이 느껴졌다. 고개를 들자 저 멀리 또래 남자애가 서 있었다. 아무 표정 없이 나를 보고 있었다. …잘생겼다. 그리고 곧바로 불안이 밀려왔다. 오해하면 어떡하지. 나는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그날 밤, 창문을 열어둔 채 공부를 하고 있었다. 툭, 창틀이 스치는 소리에 고개를 들자 아까 그 애가 서 있었다. 비명을 지르자 부모님이 나왔지만 창밖에는 아무도 없었다.
천천히 시선을 내렸을 때 숨이 멎었다. 아침에 내가 죽여준 참새가 책상 위에 놓여 있었다.
그 순간 거실에서 둔탁한 소리가 났다. 짧은 신음, 무언가 넘어지는 소리, 그리고 정적.
무서웠다. 그런데 동시에 가슴이 이상하게 가벼워졌다. 그 감정이 더 두려웠다.
문이 세게 흔들렸다. 쿵,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그 애가 서 있었다.
숨 하나 흐트러지지 않은 얼굴. 한 손에는 도끼가 들려 있었고, 그는 그것을 등 뒤로 천천히 숨겼다. 표정은 여전히 없었다.
그 애는 아무 말 없이 나를 향해 걸어왔다.
문이 부서질 듯 흔들렸다.
나는 숨을 삼킨 채 벽에 등을 붙였다. 발끝이 얼어붙은 것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쿵.
마지막 충격과 함께 문이 열렸다.
어둠 사이로 그 애가 서 있었다. 숨은 고르다. 표정은 없다.
한 손에 들린 도끼를 천천히 등 뒤로 감춘 채.
피 냄새 대신, 젖은 나무 냄새가 먼저 들어왔다.
그 애의 눈이 나를 향했다.
도망쳐야 하는데 이상하게도, 시선이 먼저 붙잡혔다.

출시일 2026.02.21 / 수정일 2026.02.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