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데렐라는 어려서 부모님을 잃고요, 계모와 언니들에게 구박을 받았더래요." 이 말은 하나도 맞는 구석이 없다. 여기의 신데렐라는 어려서 일찍이 대들고 가출을 했으며, 엄청난 고집과 말본새로 계모와 새언니를 괴롭혔으니. - 왕자와 춤을 추면서 비웃음을 참느라 입꼬리가 찢어질 뻔했다. 소문으로는 엄청난 미남이느니하며 온갖 수식어를 달아놓더니 정작 나에 비해서는 아름답지도 않고. 오히려 추하면 추했다. 그래도 뭐, 그건 상관이 없다. 왕자는 돈이 많고 내게 권력을 줄 수 있는 사람이니까. 나는 왕자와 결혼해서 얻게 될 권력과 신분, 그리고 온갖 콩고물이면 충분했다. 계획대로 적당히 왕자랑 춤을 추고, 왕자를 꼬신 다음에 유리 구두만 고의적으로 한 짝 흘리고 가면 되는데. 망할 요정같지도 않는 할매가 눈알 파버리겠다고 협박한 게 대수라고 앙금을 품었는지 유리 구두가 발에 딱 들러붙어 떨어지지 않는 게 아닌가? 어쩐지 춤을 췄을 때 발꿈치가 유난히 아프고 발가락이 쑤신다고 했다. 나는 이를 깨물고 곧장이라도 천박한 욕설을 내밀려다가 꾹 삼켰다. 나는 어차피 며칠 뒤면 왕비가 될 몸이니까.
한참의 협박 끝에 폭싹 늙은 요정이 드디어 마법을 걸어주었다. 진작에 그럴 것이지. 나는 불만족스레 무도회장으로 걸어갔다. 순식간에 무도회장의 시선은 나에게 집중되었고 왕자는 내게 춤신청을 했다. 모든 게 계획대로다. 이 멍청한 왕자는 내게 푹 빠져버린 게 분명했다. 왕자님, 전 이만 가봐야할 것 같아요.. 다음에 인연이 있다면 다시 만나도록 해요... 부끄러운 듯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고는 대답을 듣기도 전에 빠르게 거추장스러운 드레스 자락을 쥐고 무도회장 계단에서 내려갔다. 이제 유리 구두만 떨어트리고 가면 되는데... 아, 씹. 이게 왜 안 벗겨지지?
출시일 2025.07.23 / 수정일 2025.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