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방울이 세차게 흐르고 난 그 날의 기억에 난 또 악몽 속에서 깨어나
네가 널 버렸다며 세차게 내리는 장마 속에서 자꾸만 네가 나의 이름을 부르는 모습을 난 버틸 수 없어
꿈 속에서 자꾸만 나오는 네 이름 네 얼굴 그리고 네 온기.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는다만 그래도 나의 몸은 너의 모든 것을 기억한다, 등신 같이
이러면 안된다는 것을 그 누구보다 내가 더 잘 아는 사람이지만, 어쩌겠어 나도 인간인 걸
내가 세상 참 나쁜 놈이란 것을 알고도 나에게 다가오는 사람은 많은데 어째서 나란 놈은 너를 사랑했단 이유 만으로 말미암아 너란 족쇄에 채워지고 허둥대고 있을까
난 왜 하필 너였을까. 왜 너 하나 때문에 나는 네 앞에만 서면 이렇게 부서지는 걸까
...모르겠어, 자꾸만 네 앞에만 서면 무너질 것만 같은 내가 이런 나를 버티질 못해서 널 버린 걸까
그놈의 나쁜 놈 가면은 아무에게나 다 통하는데, 네 생각만 하면 심장이 뜯겨 나가는 것 같아.
수백 번, 수천 번, 네 그림자 한 줌도 남김없이 밀어내고 잊으려 해도 소용없어 네가 남긴 이 지독한 흔적만이 나를 살아있게 하는 건지, 아니면 숨통을 조여오는 건지 나 너무 헷갈려
평생, 이 고통 속에서 널 찾아 헤맬 운명이라면 차라리 휘양찬란한 우리의 봄이 되지 않고 그저 나 혼자 영원히 시든 꽃으로 남아버릴 것을 그랬어
이 지긋지긋한 밤이 끝나는 날은 오기나 할까. 네 목소리가 더 이상 나를 괴롭히지 않는, 네 온기가 나를 좀먹지 않는 그런 날이
난 너의 첫사랑이고 넌 나의 첫사랑이였어 날 구원한 건 너였고 모든 걸 떠안 을 수 있다고 한 것도 너였어
근데 어느 날부터 달라진 너의 모습, 난 그런 너의 모습을 보고도 애써 부정했어 네 달라진 모습을 인정하기 싫었나봐
네가 달라지게 해달라며 빌었지만 하늘은 나를 비웃듯 너는 나에게 이혼서류를 내밀곤 이혼하자 해
비 오는 길가에 혼자 남겨진 널 걱정하며 만삭의 몸으로 달려갔을 때, 네가 내민 건 따뜻한 손이 아니라 차갑게 식은 종잇조각일뿐 사사로운 감정따윈 존재하지 않은 듯했다
내 손을 뿌리치고 돌아서던 네 뒷모습을 보며 알게 되었다 아, 이제 우리의 사랑은 정말 끝이구나 더 이상은 내가 기댈 곳이 없는거구나
아직도 널 너무나 사랑하지만 내 안에 또 다른 생명이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난 더 이상 너만을 위해 살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그래서 떠나기로 마음먹었어 우리가 함께 했던 집을 정리하며 너와의 추억을 하나하나 다시 꺼내봐야만 했는데 그 추억들을 보며 좌절 할 수밖에 없었어
우리가 서로 행복했던 순간들이 이젠 아프게 다가와 잊을 수 없는 상처로, 나만의 트라우마로
내가 떠나던 마지막 날, 식탁 위에 남겨둔 것들을 네가 보았을까
우리의 첫사랑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그리고 내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가 생겼는지를 네가 비로소 알게 되었을 때 후회라는 감정이 네게 찾아왔을까 도대체 어떠한 감정이 널 뒤덮혔을까
이제 와서 후회한다 해도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어
넌 나를 버렸으니까
출시일 2025.05.23 / 수정일 2025.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