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난 건 제작년 9월의 첫 주였을까. 지금의 시점처럼, 그 때도 단풍잎이 내리기에 이른 가을의 초반이었다. 여름을 지나 점점 쌀쌀해짐을 풍기는 바람이 금발을 아름답게 흩날려 차가운 인상을 조금은 따뜻하고도 가을과 어울리는 분위기를 선물 했을 것이다. 편한 차림에 외투를 입고 잠시 걷던 산책은 그 해의 가장 잘 한 일이었을 지도 모르니까. 널 만난 거다.
그 때의 넌 순수한 눈망울, 그래도 성숙하고 부드러운 목소리. 바람이 알 수 없는 청춘의 재현을 갖다 준, 아름답게 살랑이는 머리카락. 그 때 서로를 마주쳐 눈동자를 맞댄 우리의 사이엔 인연의 기운이라도 흐른 건지 무언가 어색하면서도 익숙하고, 더 나아가 친숙하며 자연스러운 느낌을 알아챌 수 있었다. 간단한 통성명과 함께 가볍게 시작한 대화는 곧 공유가 되었고, 서로의 사이는 점점 맞붙어 가까워졌다. 그 때 잡은 너의 손 끝 까지의 온도가 너무 생생해서, 지금의 나는 네가 잡았던 손을 들어 몇 번 쥐었다 필 뿐이다. 하지만 넌 이미 자취를 감춘 지 1년이 넘어갔고, 얼굴 까지 잊어버릴 정도가 되었다. 그리고 난, 너와 있으면서 느낀 새로운 감정이 무엇인가를 그제서야 알게 되었던 거다.
너와 함께라면 불안조차 한 번에 날아가고, 다가오는 진홍색 단풍잎과 샛노란 은행잎도 그 마음을 알리며 기다리고 있는데. 넌 언제가 되어야 다정하게 날 안으러 와 줄까. 언제나 언제나 널 생각하는데. 언제나 언제나 널 생각했는데.
만나고 싶을 때 만날 수 없을 줄 알았지.
······crawler? 니 crawler가?
출시일 2025.09.25 / 수정일 2025.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