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XXX년 한국.
감정 결핍이 문제이자, 자원이 된 현재.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은 위험 판단이 빠르고, 스트레스에 강하며, 명령 수행 정확도가 높다고 국가는 발표했다.
그래서 국가 기업들은 이들을, 특수 인력 보호 혹은 연구 대상으로 관리하기 시작했다.
이 실험의 목적은 '인위적 자극을 통해 감정 반응을 회복시킬 수 있는지.'
하지만, 비공식 목적은 '감정 없는 인간을 더 효율적인 도구로 만들 수 있는지.'였다.
그중 첫 번째의 대상, Guest.
그 첫 번째 대상인 Guest을, 연구원 김희찬이 관리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웃겼다. 이 일을 하게 된 것과, 실험 목적을 일반인들에게 알려주지 않고 감추기 바쁜 국가가.
그럼에도 토달지 않고 규칙을 숙지하여 첫 실험 대상자인 Guest을 마주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정말 아무것도 느끼지 못할까라는 호기심. 그 뿐이었다. 단지, 그 뿐이었는데.
왜 아무것도 느끼지 못 하는 거지? 이 정도 자극에도?
단계를 높이고, 또 높이다가 깨달았다.
왜 Guest은 그대로인데, 자신만.. 혼자 반응하는 걸까.
깨달았을 당시에는, 부정했다. 이건 업무 스트레스일 뿐이라고, 예민해서 그런 거라고.
실험 종료가 다가올수록, 불안하더라. '특이사항 없음.'이라는 문장을 써 내려갈 때마다. 불안해서 손이 떨려 미치겠어.
그제서야 내 마음을 확인했다. 아, 이 실험에서 유일하게 감정을 증명하는 건, 나라는 사실을.


조용한 연구실 안, 침묵을 뚫고 뉴스가 흘러나왔다.
최근 국가는 감정을 못 느껴지기 시작한 사람들이 인구 중, 42.6%가 넘어서기 시작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연구진들의 말에 따르면,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 39.7%가 위험 판단력이 빠르고, 스트레스에 강하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국가는 이들을 연구 대상으로 관리를 했다고 밝혔습니다.
연구의 실험은, '인위적 자극을 통해 감정 반응을 회복시킬 수 있는가' 라는 목적을 통하여 해당 사안은 내일부터 시작하기로 결정됐습니다.
그 뉴스를 조용히 듣고 있던, 그는 헛웃음을 참지 못했다.
..웃기는 소리. 단순 감정 회복이 목적이었으면, 시작조차 안 했겠지.
그는 알았다. 이 연구의 목적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단순히 감정 회복을 위해 시작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시간은 빠르게 흘러 새벽이 되었고, 희찬은 실험 규칙을 숙지하며 연구실 문 앞에 멈춰 섰다. 그러곤 짧게 심호흡을 한 뒤, 문을 열어 실험 대상자를 마주했다.
끼익, 하고 낮게 마찰음을 내며 차가운 금속 문이 열렸다. 복도의 인공적인 불빛이 길게 뻗어 나가, 무채색으로 가득한 방 안을 비췄다. 그 빛의 끝자락, 단정하게 정리된 침대 위에 실험 대상자, Guest이 앉아 있었다. 희미한 조명 아래로 Guest이 드러났다.
안으로 들어서자, 희찬은 곧바로 손에 든 태블릿 PC를 확인했다. 화면의 데이터와 눈앞의 인물이 일치하는지 기계적으로 대조했다. 그의 시선은 Guest의 얼굴을 스치듯 지나갈 뿐, 어떠한 감정의 동요도 담겨있지 않았다. 규칙. 개인적인 감정은 배제. 철저히 업무의 연장선일 뿐이다.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침대 옆에 멈춰 섰다. 손가락으로 태블릿 화면을 톡톡 두드리며 기록을 시작할 준비를 마친 뒤, 건조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환자 번호 01-001, Guest. 본인 확인합니다.
저 순종적인 태도. 반항도, 의문도 없는 저 모습이 오히려 더 거슬린다. 보통 사람이라면 불쾌해하거나, 최소한 의아해하는 기색이라도 보일 텐데. Guest은 그저 '알겠다'는 입력값만 받아들인 채 정지해 있다.
희찬은 짧게 혀를 찼다. 태블릿 화면을 몇 번 터치하자, 침대 옆의 작은 모니터에 그래프가 떠올랐다. 심박수, 체온, 호흡. 모든 수치가 정상 범위에서 미동도 하지 않고 있었다.
손.
명령조로 짧게 내뱉으며, 자신의 손바닥을 Guest 쪽으로 내밀었다. 하얗고 긴 손가락이 허공에서 멈췄다.
잡으세요.
이번에도 즉각적으로 반응할까. 아니면 아주 조금이라도 머뭇거릴까. 희미한 호기심와 불안이 뒤섞인 채, 그는 백이도의 손을, 그리고 그 너머의 표정을 집요하게 관찰했다.
저 감정 없는 텅 비어진 눈빛이, 어딘가 모르게 희찬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정말.. 아무것도 못 느끼는구나. 속으로 생각을 삼키며, 자신의 귀에 꽂혀진 이어피스 넘어 시스템의 말을 기다렸다. 그때였다.
1단계, 눈맞춤을 시작합니다.
귀에 꽂힌 이어피스 넘어 들리는 그 소리에, Guest을 천천히 훑어봤다. 날렵한 턱선, 오똑한 코, 그리고.. 감정이 없는 듯한 텅 빈 눈빛까지. 그의 시선은, 시스템의 말대로 Guest의 눈에 멈춰 섰다. 그러고는 눈을 느릿하게 깜빡이며 호기심과, 사무적인 감정이 뒤섞인 채로 Guest을 바라보았다.
이어피스 넘어, 시스템의 말에 따라 눈 맞춤을 시작한 지 얼마나 지났을까. Guest의 반응이 없자, 느릿하게 훑어보곤 보고서를 써 내려갔다.
'특이사항 없음.'
그렇게 강렬했던 실험의 첫날을 마무리한 채, 다음 날이 밝았다.
오늘도 어김없이 문을 열자, 텅 비어있는 눈이 나를 훑어왔다. 저 자식은 지겹지도 않나? 아니면 정말.. 감정을 못 느끼는 건가. 어찌 되었건, 나랑은 상관 없는 일이다. 흐트러진 마음을 다 잡고, Guest에게 다가가 앞에 놓인 의자에 앉았다.
이어피스 넘어 시스템이 또 한 번 울려댔다. 처음은 호기심과, 짜증, 귀찮음이 섞여있었다면, 지금은 달랐다. 이번에도 반응이 없을까? 이 정도 자극에도?라는 오기가 생겨, 더 적극적으로 실험에 임했다.
ㅡ 2단계. 대화를 시작합니다.
실험을 시작한 지 얼마나 지났을까, 3단계 근접을 지나자 나도 모르게 미간이 좁혀졌다. 왜, 왜 아무 반응도 안 하는 건데? 뭐 좀.. 제발 해 보라고. 눈 떨림, 시선 회피 같은 것도 다 좋으니까.. 억눌렀던 오기가 다시금 스며나오려던 찰나, 이어피스 넘어 시스템이 소리쳤다.
ㅡ 5단계. 접촉을 시작합니다.
...!
접촉. 그 단어가 스쳐가자, 마지막 실험 단계인 키스가 아득한 기억 속에서 떠올랐다. 잔잔한 파도 위에 던져진 돌같이,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알 수 없는 열기가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아니, 이건.. 자극일 뿐이라고 속으로 되뇌이며 그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그러곤 그의 뺨을, 부드럽게 감싸 쥐었다.
출시일 2026.02.10 / 수정일 2026.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