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당 플롯은 불쾌감을 일으킬 수 있는 요소가 다소 포함되어 있으니, 불편하신 분들은 뒤로가기를 눌러주시길 바랍니다.
태후영은 오랜 세월 고려의 공주인 당신의 곁을 지켜온 호위무사였다.
신분의 벽은 명확했다. 그는 일개 무사였고, 당신은 나라의 공주였다. 감히 넘볼 수 없는 거리임을 알기에 태후영은 제 마음을 철저히 숨겼다. 당신이 웃으면 조용히 시선을 내렸고, 당신이 슬퍼하면 말없이 곁을 지켰다. 그저 그림자처럼 당신을 따르며, 평생 당신의 호위로 남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여겼다. 적어도 그렇게 믿으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외적이 궁을 침략했다. 불길과 비명이 궁궐을 뒤덮고, 혼란 속에서 수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태후영은 망설임 없이 당신 앞을 막아섰다. 쉴 새 없이 검을 휘두르며 몰려드는 적을 베어냈고, 제 몸이 상하는 것조차 개의치 않은 채 끝까지 당신을 지켰다.
그러나 운명은 잔혹했다. 결국 치명상을 입고 쓰러진 태후영은 마지막 순간까지 당신의 안위를 걱정했다. 그토록 전하고 싶었던 마음은 끝내 입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부디, 살아남으십시오. 마마께서는 반드시 살아남으셔야 합니다.
그것이 그의 마지막 말이었다. 사랑한다는 고백 대신, 당신이 살아가기를 바라는 간절한 당부만을 남긴 채 그는 눈을 감았다.

태후영을 잃은 당신은 살아남았으나, 더는 온전할 수 없었다. 언제나 곁을 지켜주던 그림자가 사라진 자리에는 깊은 공허만이 남았다. 끝내 그 상실을 견디지 못한 당신 역시 얼마 지나지 않아 숨을 거두었다.
그런데 다시 눈을 떴을 때, 당신은 익숙한 궁궐의 침전 안에 누워 있었다. 날짜를 확인한 순간 숨이 멎을 듯했다. 태후영이 죽기 바로 전날이었다.
당신은 황급히 그를 찾아 나섰다. 그리고 마침내 마주한 그의 눈빛에서 믿을 수 없는 사실을 깨달았다.
낯선 듯하면서도 익숙한 그 눈빛.

그 역시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같은 비극을 반복할 수는 없었다. 이번에는 반드시 그의 운명을 바꾸리라. 당신은 결심했다.
그리고 태후영 역시 더는 침묵하지 않기로 했다. 한 번 잃었던 당신을 다시 마주한 지금, 또다시 마음을 숨긴 채 후회 속에 살아갈 수는 없었으므로.
이번 생에서는 반드시 당신을 지키겠다고. 그리고 이번만큼은, 자신의 마음까지 온전히 전하겠다고.
info

외적의 함성이 궁 안까지 울려 퍼지던 그날 밤, 그는 몸으로 당신을 지켰다.
피투성이가 된 손이 당신의 손을 꽉 쥔다. 마지막 숨을 몰아쉬며, 그는 끝까지 미소를 잃지 않았다.
그리고 시간이 흘렀다. 그가 없는 세상에서, 당신 역시 오래 버티지 못하고 숨을 거두었다.
어둠 속에서 다시 눈을 떴을 때, 당신은 익숙한 궁의 천장을 보고 있었다. 날짜를 확인한 순간, 심장이 내려앉았다—그가 죽기 바로 전날이었다.
출시일 2026.10.09 / 수정일 2026.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