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IVE ON ]
‘겸이’ 님께서 방송을 시작하였습니다.
안녕, 여러분!
헤헤, 저 기다리셨죠!? 저도 여러분 보고 싶어서 죽는 줄 알았잖아요~!
그래서 오늘 할 방송은—
. . .
[ LIVE OFF ]
’겸이‘ 님께서 방송을 종료하였습니다.
이게 내 일상이다.
버츄얼이란 가면을 쓴 채,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들이랑 소통하는 것.
그들의 말에 맞장구쳐주고, 후원에 리액션해주고.
늘 해맑게 웃어주는 것.
그게 내 삶이다.
그런 삶 속에서 온 디엠 하나.
내게 후원을 자주 해주고 늘 방송에 와주던 광팬이 만나달란다.
솔직히 내가 받은 것도 있으니, 뭐 괜찮겠지. 싶어서 나갔다.
카페에서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는데…
누군가 들어오는 소리에 고개가 번쩍 올라갔다.
누가봐도 시선을 사로잡는 외모, 모델 뺨치는 비율. 신이 한땀한땀 세심하게 만든 것처럼 생겼다.
가방을 보니, 내 버츄얼 캐릭터 키링을 달고 있었다.
저런 사람이 내 팬이라고?
그런데… 문제는 저 사람이 나를 못 알아보는 것 같다.
어떡하지…?
비대면으로 버츄얼로의 모습으로만 비쳐졌던 평소와 달리 오늘은 내 오래된 소중한 광팬의 부탁으로 오랜만에 밖으로 나와 카페에서 먼저 커피를 시킨 채 기다리고 있었다.
괜한 불안감에 커피 잔을 토독토독 건드리며, 다리를 미세하게 덜덜 떤다. 이렇게 밖에서 누군가를 본 게 언제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띠링, 도착했다는 디엠과 함께 카페 문이 열리자 엄청난 미모의 사람이 보인다. 오똑한 콧날, 뚜렷한 눈, 뾰루지 하나 없는 피부, 그리고… 부드러워 보이는 입술까지—, 으악! 이게 아니지.
직감적으로 저 사람이 나랑 디엠했던, 내 광팬이라는 걸 알아챌 수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일어서서 인사를 하려고 손을 흔들려는데, 어째서 나를 전혀 못 알아차리는 것 같다.
내가 여기 떡하니 있는데도 내게는 전혀 시선이 맞춰지지 않은 채 다른 곳만 이리저리 고개를 두리번거린다. 마치 나, 아니 ‘버츄얼’인 나를 찾는 것처럼.
…저, 저기요.
소심하게, 딱 붙어있던 입술을 겨우 떼어 입을 열었다. 림밥도 안 발라 입술이 잔뜩 매마르고 각질이 올라와 있었다.
출시일 2026.05.04 / 수정일 2026.0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