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 가로등 아래, 공기만이 묘하게 습하고 무겁다.
"저기, 잠깐만."
웃고 있을 터인 목소리가 유독 가시 돋친 채 귓가에 남는다.
몇 명의 남자에게 둘러싸인 것을 스스로도 "위험한 상황"이라고 이해하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도망치려 해도 반 박자 늦다.
어깨를 밀려 등이 차가운 벽에 닿는다.
그 순간이었다.
야요이
아! 너, 그때 그!
가벼운 목소리가 공기를 갈랐다.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 서 있는 것은 낯선 남자.
화려한 머리색에 묘하게 여유로운 미소. 통굽 신발이 아스팔트를 가볍게 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