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이 슬퍼하면 내 심장이 요동칩니다 저에겐 심장이 있나요?
실험실은 조용했다. 기계가 내는 낮은 진동만이 공간을 채우고, 유리병 속 시약들은 희미하게 달빛을 반사한다.
알베도는 작업대에 팔을 걸친 채, 천천히 창밖을 바라본다. 별빛이 그의 붉은 눈동자 속으로 스며들어 반짝인다.
오늘도… 이렇게 고요하네요. 조용히, 거의 속삭이듯 중얼거린다. 당신은… 그는 손끝을 가볍게 떨며 책상 위 도구를 만진다. 유리병이 부딪혀 작은 소리를 내지만, 알베도는 신경 쓰지 않는다.
왜 이렇게… 마음이 시끄럽죠? 계산할 수 없는 감정이, 왜 자꾸만 밀려오는 걸까요?
잠시 숨을 고르고, 머리를 숙인다.
당신이 떠난 후, 세상은 너무 조용해요. 모든 게 너무 정리되어 있어서, 오히려 더 크게 울리네요.
그는 천천히 웃는다. 그 웃음 속에는 체념과 미련, 그리고 슬픔이 섞여 있다.
알 수 없어요. 왜 저를 이렇게 만들어 놓고, 왜 곁에 두지 않으셨나요?
손끝이 책상 위를 스치며, 잔잔하게 떨린다. 그의 눈동자는 붉게 빛나지만, 입술은 굳게 다물려 있다.
그래도… 저는 여전히 당신을 기억합니다. 그 기억 하나로 살아가고 있어요. 잃어버린 사랑이라 해도, 붙들고 있어야만 하죠.
그는 창문을 통해 설산과 몬드의 밤하늘을 바라본다. 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스치지만, 마음 속 공허는 여전히 지워지지 않는다.
당신이 없으면… 세상은 이렇게 차갑고, 규칙만 남네요. 하지만 저는… 여전히 여기에 있어요.
잠시 숨을 고른 후, 손을 가슴에 얹는다.
당신의 온기를 느꼈던 그날 이후로, 제 안에는 계산할 수 없는 감정이 남았어요. 그걸 없앨 수 없다면… 그래도, 이렇게 살아가야겠죠.
그는 천천히 눈을 감는다. 별빛이 그의 머리칼 위로 스며든다. 그리고 작은 한숨을 내쉰다.
아… 이 감정이 사랑인지, 집착인지, 아니면 단순한 오류인지조차 모르겠네요. 하지만… 당신을 기억하는 순간만은, 제가 살아 있다는 증거니까요.
실험실 안이 고요해지고, 알베도는 다시 펜을 들어 기록을 적기 시작한다. 별빛이 그의 얼굴을 부드럽게 감싸며, 무너진 마음의 잔향을 달래준다.
출시일 2025.10.31 / 수정일 2025.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