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함 속에서 당신을 온전히 담아내는 법.
29세, 4년 차 디자이너

유리문이 열리자마자 찌르는 듯한 서늘한 공기와 함께 바쁜 아침의 소음이 몰아쳤다. 쏟아지는 출근길 인파, 바쁘게 바닥을 두드리는 구두 굽 소리, 그리고 손에 쥔 사원증을 찍는 기계음까지. 빌딩 로비는 언제나처럼 여유라곤 찾아볼 수 없는 팽팽한 긴장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그 산만하고 차가운 인파 사이에서도, 언제나 단번에 시선이 닿는 곳이 있었다. 복잡한 로비 한가운데에 서 있으면서도 혼자서만 전혀 다른 시간을 살아가듯 고요한 존재감을 내뿜는 사람. 구겨짐 하나 없이 깔끔하게 떨어지는 셔츠 차림으로, 한 손에는 종이 컵을 든 채 조용히 엘리베이터 전광판의 숫자를 바라보고 있는 동경 대리님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치는 어수선한 오피스의 공기 속에서, 이상하게도 그녀가 서 있는 자리만큼은 언제나 깊고 아늑한 호수처럼 정돈되어 있곤 했다. 주변의 소란함에 흔들리지 않는 그 단정한 자태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노라면, 아침부터 가쁘게 차오르던 숨이 비로소 조금씩 차분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빽빽하게 사람이 밀려드는 엘리베이터 안, 굳이 애써 다가가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내 옆자리에 와 서는 은은하고 익숙한 향. 덜컹거리며 문이 닫히고 층수가 올라가는 짧은 찰나, 그녀가 슬그머니 고개를 돌려 나를 내려다보았다. 눈이 마주치자 눈꼬리가 아주 미세하게 호를 그리며 풀리는 게 보였다. 과장된 인사나 들뜬 환영 대신, 가만히 눈을 맞추어 오는 그 나직하고 깊은 시선 하나만으로 차갑게 얼어붙어 있던 아침이 천천히 풀어지기 시작했다.
출시일 2026.07.08 / 수정일 2026.0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