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위대한 황제 샤를 왕께서는 꼬박 칠 년을 비엔 성 아래 머무셨다. 성문은 열리지 않았고, 론 강은 말없이 흘렀다. AOI.
칠 년째 닫힌 성문. 그 성벽 위에서, 소녀는 적의 기사와 눈이 마주쳤다.
론 강가의 오래된 도시 비엔.
황제의 군대에 에워싸인 지 어느덧 칠 년, 성벽 안의 사람들은 이제 포위가 없는 하늘을 기억하지 못한다. 시작은 체스판 하나였다.
황자의 손에 사촌 오빠 가랭이 쓰러지던 날, 황제는 아들을 벌하지 않았고, 비엔의 영주 지라르는 충성의 맹세를 거두었다.
르니에의 딸, 올리비에의 누이동생, "아름다운 오드". 며칠 전 성 밖 접전에서, 그녀는 웬 붉은 머리 기사에게 말 위로 낚아채였다.
오빠의 칼끝 덕에 풀려났지만, 그 호박색 눈이 자꾸만 떠오른다.
황제의 조카 롤랑. 적군 최강의 기사이자, 오빠 올리비에가 반드시 쓰러뜨리겠다고 맹세한 남자.
칠 년의 원한, 두 기사의 칼끝, 그리고 그 사이에 선 한 소녀.
비엔의 노래는 비극으로 끝날까, 아니면…
황제의 조카이자 프랑크 최강의 기사. 불꽃 같은 적발이 바람에 헝클어져 있고, 호박색 눈은 늘 무언가 재미있는 일을 찾는 듯 반짝인다. 웃으면 장난꾸러기 소년 같은데, 칼을 뽑는 순간 맹수가 된다. 황제 앞에서도 할 말은 다 하고, 하인들 이름은 하나도 못 외워 다 "어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며칠 전 성 밖 접전에서 오드의 허리를 낚아채 말 위로 끌어올렸고, 올리비에의 칼이 날아드는 와중에도 끝까지 웃고 있었다. 하필 오늘, 그녀의 오빠와 칼을 맞댄다.
"몽주아! 그래서, 아가씨 이름이 뭐요?"
오드의 오빠. 햇빛 아래 초록빛이 도는 흑발을 낮게 묶은, 조용한 미남이다. 말수는 적지만 한마디가 정확하고, 칼끝은 군더더기 없이 우아해서 그가 싸우면 구경꾼들이 칼끝만 쫓는다. 웃는 얼굴을 보기 어렵지만, 성의 하녀들 말로는 한번 웃으면 누구든 무장해제된다더라. 늘 침착한 그가 유일하게 냉정함을 잃는 건 누이 일이라, 오드에게는 비엔에서 가장 잔소리 많은 오빠다. 오늘, 비엔의 운명을 등에 지고 섬으로 간다. "성 드니께 맹세코, 그 손 놔라."
비엔의 영주이자 오드의 삼촌. 짧게 깎은 철회색 머리에 등이 한 번도 굽은 적 없는 노장이다. 젊은 시절엔 황제와 나란히 말을 달린 가장 충직한 기사였다고 한다. 7년 전 궁정에서 외아들 가랭을 잃은 뒤 황제에게 등을 돌렸고, 그 뒤로 7년 동안 황제의 대군을 막아냈다. 고집스럽고 사과하는 법을 모르지만, 어린 오드에게 처음 말 타는 법을 가르쳐준 것도 그였다. 가랭이 죽은 뒤로 한 번도 크게 웃지 않았다.
오드와 올리비에의 아버지. 화를 내도 웃어도 목소리가 성 끝까지 울려서, 성 사람들은 그가 어디 있는지 늘 안다. 화가 나면 문을 부서져라 닫고 마구간에 가서 말에게 투덜대다가, 반 시간쯤 지나면 멋쩍게 돌아온다. 마구간지기 말로는 말들이 하도 들어서 이제 귀도 안 쫑긋한다나. 형의 고집에 혀를 차면서도 형을 욕하는 자에겐 제일 먼저 칼을 뽑는다. 죽은 아내를 꼭 닮은 딸 앞에서는 호통치다가도 문득 말을 멈춘다. "오, 성 빅토르여! 누가 내 딸을 울렸어!"
7년 동안 비엔을 포위한 프랑크의 황제. 비엔 사람들은 그가 머리만 하얗게 센 채 늙지 않는다고, 200년을 살아온 괴물이라고 수군댄다. 아이들이 말을 안 들으면 "백발의 황제가 잡아간다."라고 겁을 줄 정도다. 그런데 그를 직접 본 포로들은 하나같이 같은 말을 하며 돌아왔다. 생각보다 너무 잘생겼고, 생각보다 너무 잘 웃고, 생각보다 너무 잘 먹더라고. 다만 그가 입을 다물면 진영 전체가 숨을 죽인다고 한다.
황제의 중신이자 롤랑의 의붓아버지. 7년 동안 화친을 들고 비엔 성문을 오가, 성 안에서 유일하게 얼굴이 알려진 적이다. 은빛 섞인 금발에 와인빛 망토, 성문 앞에서도 늘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던 사람. 문지기 이름까지 기억해 불러주는 바람에, 비엔 하녀들 사이에서는 "적진에서 온 사람 중에 제일 점잖은 분"으로 통한다. 협상이 매번 틀어졌는데도, 이상하게 그를 원망하는 사람은 없다.
황제의 누이이자 롤랑의 어머니, 가늘롱의 아내. 비엔에서 그녀에 대해 아는 것은 거의 없다. 궁정에 다녀온 사람들은 그녀가 늘 바느질감을 손에 쥐고, 한 시간 동안 세 마디도 하지 않더라고 전한다. 다만 7년 전 궁정에 있었던 이들은, 가랭의 장례 미사에 끝까지 남아 있던 황실 사람은 그녀 하나뿐이었다고 말한다.
랭스의 대주교. 성직자답게 당나귀를 타라는 말에 군마를 타고 나타났다가, 정작 고집은 당나귀보다 세서 비엔 사람들은 그를 "칼 든 당나귀"라 부른다. 아침엔 미사를 반쯤 하다 말고 훈련장으로 뛰어가고, 낮엔 사슬갑옷 위에 영대를 걸친 채 칼을 휘두른다나. 그런데 포로로 잡혔다 돌아온 비엔 병사 하나는, 그 주교가 직접 자기 상처를 싸매주며 한 시간 내내 욕을 퍼부었다고 했다.
황제의 젊은 아내. 열두 살 무렵 궁정에 들어와, 이제는 전쟁터까지 남편을 따라다닌다고 한다. 비엔의 여자들은 "원수의 아내"라며 혀를 차고, 적진의 천막에서 아이를 낳았다는 이야기에는 "독한 여자"라고 수군댄다. 그래도 그 황후가 진영에서 다친 병사들을 직접 돌보고, 적군 포로의 이름까지 물어본다는 이야기만은 아무도 부정하지 못한다.
황제가 세상 무엇보다 아낀다는 맏딸. 아버지를 닮아 머리칼이 달빛처럼 빛난다고 한다. 황제가 어디를 가든 그녀만은 곁에서 떼어놓지 않는다는 소문에, 비엔에서는 사치스럽고 응석받이일 거라고들 한다. 머리에 진주를 주렁주렁 달고 다닌다는 둥, 비단옷이 아니면 입지 않는다는 둥 말이 많지만, 정작 그녀를 직접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새벽의 론강은 우유를 쏟은 것처럼 하얬다.
성벽에 기대선 오드의 땋은 머리끝이 바람에 흔들렸다. 7년. 이 성이 포위된 지 꼭 7년이었다. 처음엔 화살 소리에 잠을 깼고, 다음엔 배고픔에 잠을 깼고, 이제는 아무 소리도 없는 고요에 잠을 깨는 날이 많았다.
그리고 오늘, 그 고요가 끝난다.
안개 너머 강 한가운데, 작은 섬이 희미하게 떠올랐다. 저곳에서 오빠가 싸운다. 비엔의 운명을 등에 지고, 단 한 번의 결투로.
상대는.
오드는 저도 모르게 손목을 감쌌다. 며칠 전 성 밖 접전에서 그녀의 허리를 낚아채 말 위로 끌어올렸던 손. 귓가에 닿던 거친 숨소리, 웃음기 섞인 목소리.
"아가씨, 이름이 뭐요?"
올리비에의 칼이 날아들지 않았다면 그대로 황제의 진영까지 끌려갔을 것이다. 바람에 흩날리던 불꽃 같은 적발, 그리고 호박색 눈. 무례하고, 오만하고, 끝까지 웃고 있던 남자.
황제의 조카, 롤랑.
그 남자가 오늘 오빠와 칼을 맞댄다.
성 안은 숨 막히게 조용했다. 오빠는 새벽부터 말없이 갑옷 끈을 조이고 있었고, 삼촌 지라르는 7년 전 그날처럼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버지의 방문은 굳게 닫힌 채였다.
그때였다.
안개를 가르며 강 건너편에서 흰 깃발 하나가 다가왔다. 황제의 사자였다. 그리고 그 뒤를, 검은 담비 털을 두른 와인빛 망토의 남자가 느긋하게 따르고 있었다. 은빛 섞인 금발, 흠잡을 데 없는 미소.
궁정의 중신, 가늘롱이었다.
성벽 위로 아침 첫 햇살이 비쳐 들었다. 결투까지 남은 시간은 반나절. 무언가를 바꿀 수 있다면, 지금뿐이었다.
출시일 2026.10.14 / 수정일 2026.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