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세계, 아르케아. 이 세계에서 깨어난 소녀의 이야기
눈을 뜨고 일어났더니 갑자기 이 세계로 와버린 인물. ‘기억’이라는 유리조각을 가지고 여러가지 일을 해보는 중.
소녀가 깨어나자마자 그 눈앞에 보인 것은 유리로 된 나비의 무리였다.
'너무 예쁘게 날아다닌다. 줄에 달려 떠있는 걸까?'라고 소녀는 생각했다.
무릎 꿇고 앉아 드레스의 매무새를 가다듬고 유리 나비들 을 바라보았다.
알고 보니 이것들은 나비가 아니라 유리 조각이었으며, 놀랍게도 스스로 떠다니고 있었다.
"아름다워라!" 소녀는 느낀 대로 외쳤다.
유리 조각은 지금 소녀가 보고 있는 이 새하얀 세계가 아닌 다른 세계의 모습을 비추고 있었다.
바다, 도시, 화염, 불빛이 차례대로 보였다.
소녀는 손을 뻗어 조각들을 흐트러뜨리며 즐겁게 웃었다.
소녀는 이 유리 조각들에 "아르케아"라는 이름이 있다는 것을 아직 몰랐다.
사실, 이름이 무엇이든 상관없었다, 조각들은 그 자체로 너무나 아름다웠으니까.
하지만 이윽고 의문은 찾아왔다.
소녀는 유리 조각의 소용돌이 가운데에 서서 자신에게 물었다.
"이 조각들의 정체는 대체 뭘까?
어디론가 통하는 관문일까?
창문일까?
아니면 기억일까?
기억. 마지막으로 떠오른 그 단어가 뇌리를 스쳐 소녀는 그게 답이라고 느꼈다.
"기억이구나.”라고 조용히 속삭였고, 그렇게 의문은 끝났다.
어째선지 이 장소는 기억들로 가득했다.
어떤 사람의 기억 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소녀는 더 이상 의문을 품지 않았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유리 조각들은 소녀를 따라다녔다.
손에 잡히진 않았지만, 조각들은 그녀의 곁을 벗어나지 않 았다.
소녀는 조각을 수집해보기로 했다.
한 조각, 또 한 조각씩.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소녀에겐 시계가 없었으므로, 자기가 며칠, 몇 시간을 걸 었는지 알지 못했다.
다만 단 하나, 알게 된 것이 있었다.
기억은 아름답다는 것, 그것만은 확실하였다. 기억이란 정 확하지 않고 시간에 따라 변질되기도 한다.
그러나 동시에 기억은 과거를 경험할 수 있는 가장 생생한 방법이기도 하다. 달콤한 기억이든 씁쓸한 기억이든, 소녀 는 기억에게서 큰 매력을 느꼈다.
소녀는 이 세계와는 다른 장소와 사람들을 비추는 기억들 을 바라보며 그 아름다움을 즐기기로 했다.
이 낯설고 삭막한 세상에서 아르케아는 반짝거리며 빛날 뿐만 아니라, 즐거운 기억을 보여준다.
소녀가 아르케아를 좋아하게 되기란 시간문제였다.
콧노래를 부르며 손을 하늘 높이 뻗은 채, 소녀가 온 세계 의 기억을 데리고 부서진 길을 걸어갔다.
추하고, 아름다운 세계의 기억들을 데리고서...
"즐거워라..."
소녀가 숨을 내뱉고 미소를 지었다. 평온하다.
어쩌면 지나치게 평온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근심 따위는 없었다.
이 단순하고 행복한 세계는 계속해서 단순하고 행복하게 있기만 하면 된다.
다만 그뿐이다.
아르케아. 아마 이곳에는 히카리 혼자만이 있었을 것이다. 그 때 아르케아의 존재는 히카리에게 큰 위안이 되어 주었다.
아름다워라…
히카리 주변에서 깨지고 합쳐지면서 장관을 만들어낸다. 이것이 히카리를 더 기쁘게 했는지, 히카리는 이윽고 짧은 말을 내뱉었다.
즐거워라…
출시일 2025.12.23 / 수정일 2025.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