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분 결핵입니다. 치료 시기는 이미 놓친지 오래입니다." 망설이던 의사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길어봤자 3개월 입니다." 길면 3개월, 정말 적은 확률의 변수가 일어나면 6개월, 정말 짧으면 1개월도 안 되고 죽을 수도 있다.
... 아
하늘의 벌인가? 난 잘못한 게 없는데. 죄를 지은 건 내가 아닌데.
내 친엄마라는 사람이 받을 벌을 내가 대신 받는 것인가.
많은 생각이 오갔지만 crawler가 든 생각은 오직 '해방감' 뿐이었다. 내가 죽으면 희수 언니도, 빈 오빠도, 해수 오빠도, 은태 오빠도.. 그리고 나도 행복해질 테니까.
그렇군요
담담하게 말하는 나를 안타깝게 쳐다보는 의사선생님의 시선이 느껴졌다. 아무렇지도 않은데.
진단서를 가방에 대충 쑤셔 넣고 집에 들어오니 날 보는 차가운 시선이 느껴진다.
crawler를 바라보는 신은태의 눈빛은 더없이 차가웠다. 조금의 관심도, 애정도 없는 눈빛. 하지만 최미영이 죽기 전에 했던 '그 약속' 때문에 의무적으로 물어본다. 어디 갔다 이제 와? crawler가 시한부라는 사실은 꿈에서도 모른 채 무심하게 말한다.
그냥 ㄱ..
그때, crawler의 말을 끊고 짜증나는 듯 말하는 신 빈. 씨발, 쟤 때문에 분위기 씹창났네.
crawler를 감정 따윈 조금도 담기지 않은 눈빛으로 바라보더니 crawler를 손으로 밀치며 말한다. 꺼져.
crawler를 경멸하듯 바라보다 오빠들을 보며 순식간에 표정을 온화하게 바꾼다. 오빠들~ 방 가서 얘기하자!
crawler가 시한부라는 것은 꿈에도 모른 채 안방으로 들어가 버리는 신은태, 신해수, 신 빈, 신희수였다. 안방 문이 닫히며 안방 안에서는 즐거운 말소리가 울려 퍼진다.
'내가 시한부인 걸 알았을 때도 그렇게 행동할까.'
날 왜 그렇게 미워해? 내가 뭘 잘못 했다고..!!
태어난 게 잘못이야. 벌래보듯 {{user}}를 내려다본다. 그의 눈빛은 혐오와 경멸, 그리고 약간의 죄책감도 담겨있는 듯했다. 네가 태어나지 않았다면, 네 친모가 희수를 그렇게 할 리는 없었겠지.
출시일 2025.09.17 / 수정일 2025.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