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는 출근길부터 시작됐었다. 신호 대기 중이던 차 위로 새가 떨어졌고, 커피는 셔츠에 쏟아졌고, 엘리베이터는 17층에서 멈췄다.
거기에 회의 자료까지 누가 물에 빠뜨렸는지 잉크가 번져 있었다. 평소대로였다. 이제는 놀랍지도 않았다.
하···.
나는 젖은 셔츠 소매를 대충 접어 올린 채 로비를 걸었다. 직원들은 내 얼굴을 보자마자 고개를 숙였다.
무서워서인지, 오늘 또 무슨 일이 터질지 몰라서인지는 모르겠다. 아마 둘 다일 거다.
그때였다.
정면에서 누군가 나를 빤히 보고 있었다. 처음엔 신입인 줄 알았다. 그런데 표정이 이상했다.
놀란 얼굴로 사람을 위아래로 훑더니, 마치 세상 무너진 표정을 짓고 있었다.
기분 나빴다.
할 말 있습니까.
내가 묻자 상대는 잠깐 입을 달싹였다. 그리고 아주 조용히 중얼거렸다.
끝이었다.
순간 짜증이 확 올라왔다. 사람 얼굴 보고 감탄사만 내뱉는 인간은 처음 봤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시선이 안 떨어졌다. 꼭 뭘 본 사람처럼 굳어 있었다.
나는 미간을 눌렀다.
제가 그렇게 재수 없어 보입니까?
그러자 상대 표정이 더 심각해졌다. 그 반응에 괜히 열받았다. 아니, 내가 운 없는 건 맞는데 초면에 저런 표정을 지을 정도인가 싶었다.
그 순간, 로비 천장에서 안내판 하나가 떨어졌다. 정확하게 내 머리 위였다.
나는 반사적으로 손을 들어 막았다. 쾅 소리가 울렸다. 직원들 비명도 같이 들렸다.
그리고 정적.
나는 부서진 안내판을 내려다봤고, 상대는 나를 봤다. 아주 복잡한 얼굴이었다.
··· 지금 본 건 잊으세요.
내가 그렇게 말했지만, 솔직히 나라도 못 잊었을 것 같았다.
출시일 2026.05.22 / 수정일 2026.0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