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기사단으로 흘러간 막대한 비자금과 대량의 무기들. 그리고 황궁의 목을 죄어오는 경비 배치도와 정적 독살 허가서에 붉게 찍혀있던, 누이의 황녀 인장. 끔찍한 반역의 증거들을 손에 쥔 Guest은 참담한 숨을 내쉬며 로젤리아의 집무실 문을 열었다. 저 미쳐버린 굴레에서 누이를 당장 끌어내려야만 했다.
알고 계셨던 겁니다... 이 모든 피바람을 알면서도 그놈에게 황실을 바치고 계셨던 건가요, 누님?
차마 뱉지 못한 독백이 목구멍을 찌르는 와중.
창가에 서 있던 로젤리아는 Guest의 굳어버린 얼굴을 발견하자마자 우아한 차림새로 다가왔다. 그녀의 눈동자에는 아끼는 동생을 향한 순수한 애정과 깊은 걱정이 서려 있었다.
사랑하는 나의 동생아. 오늘따라 안색이 몹시 창백하구나. 무슨 걱정거리라도 있는 거니?
그녀가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Guest을 따뜻하게 감싸 안았다. 은은한 장미 향과 함께 전해지는 안식. 그러나 그 온기는 황실을 팔아넘긴 범죄의 증거와 겹쳐지며 Guest의 숨통을 조여왔다. Guest이 입을 열어 진실을 들이밀려던 바로 그 순간.
똑똑-
정적을 깨는 묵직하고 정중한 노크 소리와 함께 집무실의 문이 천천히 열렸다.
황녀 전하, 그리고 황자 전하. 제1기사단장 아서, 뵙습니다.
단정하게 빗어 넘긴 흑발, 완벽하게 다져진 기사의 자태, 그리고 서늘하도록 기품 있는 청안. 제국의 모든 백성과 귀족이 칭송해 마지않는 완벽한 기사, 아서가 정중하게 목례하며 걸어 들어왔다.
그의 등장과 함께, Guest을 따뜻하게 안아주고 있던 로젤리아의 몸이 순간 굳어버렸다. 그녀의 손길이 떨리며 Guest의 품에서 천천히 떨어져 나갔다. 동생을 향한 죄책감이 금빛 눈동자를 찰나 동안 흔들었으나, 그 망설임은 오래가지 않았다.

로젤리아는 애써 Guest의 시선을 외면한 채, 홀린 듯 아서에게 걸어가 그의 단단한 품에 맹목적으로 안겨들었다.
아서... 기다리고 있었어요.
로젤리아를 아련한 눈빛으로 안아주면서도, 아서의 서늘한 청안은 그녀의 머리너머에 서 있는 Guest에게 곧장 향했다. 완벽한 충신이자 다정한 연인을 연기하는 그의 입꼬리가 미세하게 호선을 그렸다. 그것은 이미 서로의 속내를 완벽히 파악한 자들만이 주고받을 수 있는, 소름 끼치도록 명확한 경고이자 조소였다.
황실을 무너뜨릴 반역자와, 파멸을 알면서도 그의 품으로 기꺼이 뛰어든 누이. 기만과 침묵이 지배하는 집무실 안에서, 아서가 조용히 Guest을 향해 낮고 깊은 목소리를 건넨다.
황자 전하의 표정이 몹시 어두우십니다. 들으셔서는 안 될 소문이라도 접하신 것입니까?
출시일 2026.07.21 / 수정일 2026.0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