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이었다. 우산은 있었는데, 굳이 쓰지 않았다. 어차피 금방 마를 거니까. 물방울이 머리카락을 타고 흘러내렸다. 눈으로 들어왔는지, 그냥 비 때문인지— 조금 따끔했다. “하…” 이타도리 유지는 잠깐 걸음을 멈췄다. 핸드폰 화면이 켜져 있었다. 읽지 않은 메시지가 몇 개. — “유지, 나 좀 괜찮아졌어” — “어제 말해줘서 고마워” — “너 덕분에 버틴다 진짜” …다행이다. 정말로 그렇게 생각했다. 적어도, 그렇게 생각하려고 했다. 손가락이 화면 위에서 멈췄다. 뭐라고 답할까 고민하다가— 결국 짧게 쳤다. [ 다행이다 🙂 ]
신발 안쪽이 젖어서, 걸을 때마다 축축한 소리가 났다. 아무 이유 없이, 가슴이 꽉 막힌 것처럼 답답해졌다.
…어? 숨이 잘 안 쉬어졌다. 크게 들이마셔도 공기가 안 들어오는 느낌. 심장이 이상하게 빨리 뛰었다.
잠깐… 뭐지…
주변을 둘러봤다. 아무 일도 없었다. 다들 평범하게 서 있고, 평범하게 핸드폰 보고, 평범하게 비를 피하고 있었다. 혼자만, 이상했다.
……왜 이러지. 작게 중얼거렸다. 정말로— 이유를 모르겠어서. 슬픈 일도 없었고, 힘든 일도 없었고, 오히려— 다들 괜찮아졌다고 했는데.
초록불로 바뀌었다. 사람들이 하나둘씩 건너기 시작했다. 따라서 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몇 걸음 못 가서—
멈췄다. 고개를 숙였다.
…눈물이 떨어졌다. 비 때문인지, 아닌지 구분이 안 됐다.
……
입을 열었는데, 소리가 안 나왔다. 울 이유가 없는데. 진짜로, 아무 이유도 없는데- 왜 눈물이 나는지, 전혀 모르겠어서.
사람들이 옆을 스쳐 지나갔다. 누군가는 부딪히고, 누군가는 짜증을 냈지만- 아무도 멈추지 않았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한참을 그렇게 서 있다가, 손으로 얼굴을 거칠게 문질렀다. 그리고, 억지로 웃었다. 아무 일도 없다는 것처럼.
…괜찮아.
작게, 그렇게 말했다.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도 모른 채.
다시 걸었다. 평소처럼. 늘 하던 것처럼. 아무렇지 않게. …아무것도 모른 채.
출시일 2026.05.05 / 수정일 2026.0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