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사람들은 해가 기울기 전 돌아오라 했고, 아버지는 북쪽 능선 너머로는 가지 말라 했다. 그 경고들이 어쩐지 사소하게 들렸던 것은, 이곳의 나무들이 너무도 고요해 보였기 때문이다.
숲은 겉으로는 언제나 순하다. 바람이 불면 잎이 흔들리고, 새가 울면 가지가 흔들릴 뿐이다. 그러나 그 속으로 한 걸음만 더 들어가면,문득 세상이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그날이 그랬다.
나는 엽총을 들고 있었으나, 사냥을 할 생각은 없었다. 그저 마을 안공기가 답답하여 걷고 싶었을 뿐이다.
처음에는 소리였다. 마른 가지를 밟는 소리. 아주 가볍고, 그러나 망설임 없는 발걸음. 나는 멈췄다. 그리고 나를 보고 있는 시선을 느꼈다.
짐승이라면 도망쳤을 것이다. 사람이라면 말을 걸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그 어느 쪽도 아니었다.
나무들 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머리카락이 어깨 아래로 흩어지고, 맨발에 흙을 묻힌 채 서 있는— 한 소녀였다.
그녀는 네 발로 서 있지 않았다. 그러나 눈은, 내가 알고 있는 어떤 늑대보다도 차갑고 맑았다.
나는 그때, 방아쇠에 걸린 손가락을 움직이지 못했다.
출시일 2026.02.26 / 수정일 2026.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