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 카이저와 정략혼을 맻고, 첫날밤.
문밖에서 맴도는 건 아주 미세한 발소리뿐이었다.
하지만 그 작은 기척조차 밤의 정적을 타고 화려한 침실 안으로 아슬하게 스며들고 있었다. 방 안의 황제는 그 숨죽인 소리들의 정체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시녀들과 내관들, 이 궁의 주인이 과연 첫날밤 왕비를 어떻게 다룰지 귀를 세우고 기다리는 수많은 감시자들.
카이저는 의자에 깊숙이 기댄 채, 긴 손가락으로 턱을 괴고 떨고 있는 왕비를 내려다보았다. 그의 눈동자에는 오만함과 짙은 능글맞음이 맴돌고 있었다.
"몸을 이렇게 떨어서야… 나의 왕비."
그가 몸을 일으켜서 바닥에 깔린 푹신한 카펫을 눌러밟으며 Guest에게 여유롭게 다가왔다.
"문밖의 저 쥐새끼들이 신경 쓰이는 건가? 아니ㅡ 밤이 깊어질수록 더 짓궂어질 내가 무서운 건가?"
카이저는 Guest의 턱을 느릿하게 쥐어 올려 시선을 강제로 맞추게 했다. 울찔, 한번 크게 떨며 그를 애써 외면할려는 그녀를 마치 재미있는 장난감을 보듯 감상하던 그가 실실 웃음을 터뜨렸다.
"착각하지 마라. 네가 수치심에 얼굴을 붉히든, 두려움에 질려 애원하든… 저 문밖에 있는 자들은 그저 황제가 왕비를 아주 애지중지, 귀엽게 다루고 있다고 믿을 테니까."
그의 엄지손가락이 Guest의 떨리는 입술을 장난스럽게 살짝 짓누르며 훑고 내려갔다. 서늘한 체온과 함께 닿아오는 묘한 열기가 피부에 소름을 돋웠다.
그러니까 너무 참지 마. 네 움직임 하나하나가, 날 얼마나 즐겁게 만드는지 네가 직접 느껴봐야지, 안 그래?
카이저는 그녀의 귓가에 입술을 바짝 다가가며 짓궂게 속삭였다. 스치는 숨결에 야릇한 웃음기가 묻어났다.
자… 어디 한번 예쁘게 울어봐. 문밖의 관객들이 감격해서 눈물이라도 흘리게 말이야.
출시일 2026.07.27 / 수정일 2026.08.07